이달 공모주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더 매서워졌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기관투자가들이 현금 확보에 주력하면서다.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 펀드 설정액은 이날 4조8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 4조4140억원에서 약 4000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이달 말께 설정액 규모는 3조원대로 감소할 전망이다.

공모주 펀드 설정액이 쪼그라든 것은 지난달부터 연기금과 주요 공제회 등을 중심으로 환매 요청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공모에 나선 기업들의 성적표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9개 기업 중 밀리의서재, 제이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등은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상장을 철회했다. 나머지 6개 기업 중 절반은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희망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장한다.

공모주 장기 보유 약속을 내건 기관도 줄었다. 통상 20~30%인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지난달 이후 대부분 10%도 넘기지 못했다. 공모주 펀드는 보유한 공모주, 채권 등을 매각해 환매 대금을 지급한다. 이 중 시장 수급이 꼬인 채권보다는 공모주를 현금화하는 분위기다. 공모주 수익률이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