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한 예금 인출 사태에 대비한 ‘유동성 비율’이 50%를 밑도는 상호금융조합이 속출하고 있다. 만기 3개월 이내로 남은 예금에 대해 인출 수요가 몰릴 경우 이들 조합은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동원해도 예금액의 50%만 돌려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 조합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 7~8%대 예금금리를 내걸고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연 5%로 치솟아 2금융권에서 예금 이탈이 심각한 가운데 연 10% 고금리를 내세운 일부 개별 조합은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협·새마을금고 '高금리 예금' 주의보

뱅크런 대비 자산, 예금의 절반에 불과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기예금 금리를 연 6.5%로 올린 전주송천새마을금고의 유동성 비율은 6월 말 기준 62.46%로 전년 말(91.41%)보다 급락했다. 이 금고의 대출채권 규모는 7310억원으로 대형 금고에 속한다. 지난 13일 연 7.0% 정기예금 특판을 내놓은 신괴정새마을금고의 유동성 비율도 같은 기간 147.13%에서 65.04%로 크게 악화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연 7~8%대 정기예금, 연 10%대 적금을 출시한 신협·새마을금고 20곳의 유동성 비율을 집계한 결과 17곳이 10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비율은 유동자산을 만기 3개월 이내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금융회사에서 유동부채는 대부분 예·적금으로 구성되며 유동자산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 유동성 비율이 100% 이하라는 것은 만기가 3개월 이내로 남은 예금에 상환 요구가 들어왔을 때 100% 현금으로 돌려줄 수 있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의 유동성 규제 비율은 100%로 일시적인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질 것에 대비해 자산을 비축하고 있다.

하지만 상호금융권은 규제 비율이 없다 보니 상당수 조합의 유동성 비율이 50%를 밑돈다. 지난달 25일 연 5.88% 예금을 출시한 문창신협의 유동성 비율은 43.37%에 그쳤다. 연 8% 예금을 내놓은 북성신협은 유동성 비율이 작년에도 54.01%였는데 지난 6월에는 34.91%까지 떨어졌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장단기 예적금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을 보면 단기로 유동성을 확보했다가 금리가 ‘피크’에 도달하는 시기에 맞춰 다시 조달금리를 내리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연 5%대 은행 예금에 유동성 급감

개별 조합들은 최근 들어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은행들이 연 5%대까지 정기예금 금리를 끌어올려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이 수백억원대에 불과한 소형 조합은 약간의 예금 이탈로도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대출 건전성이 나빠지는 것도 상호금융조합으로선 큰 부담이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앱을 이용한 비대면 예적금 가입이 늘다 보니 은행이나 저축은행뿐 아니라 이웃 상호금융조합이 조금만 금리를 올려도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고 했다. 상호금융권이 ‘유동자산’으로 보유한 출자금 역시 결국은 조합원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어서 실제 유동성은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출자금은 원금 보장도 되지 않는다.

상호금융권과 금융당국도 개별 조합의 유동성 위기에 대응해 준비금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현행 신협법에 따르면 개별상호금융조합은 예적금 잔액의 10%를 중앙회에 상환준비금으로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내년 말부터는 개정된 감독규정에 따라 자산 규모 1000억원 이상 조합은 100%, 300억원 이상은 90%, 300억원 미만은 80%의 유동성 규제 비율이 적용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