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가 존경받는 것은 언행이 언제나 타의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은 그래서 맑고 향기로웠고, 여수 애양원에서 나병환자를 돌봤던 손양원 목사(1902~1950)는 여순사건 때 두 아들을 총살한 좌익학생을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았다. 원수를 용서만 해선 안 되고 사랑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할 종교인들이 쏟아낸 증오의 말들이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집 대표인 김규돈 신부는 14일 자신의 SNS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파장이 커지자 성공회는 이날 김 신부의 사제직을 박탈하고 대전교구장이 사과의 뜻을 담은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천주교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도 지난 12일 “비나이다~”라는 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합성사진을 올렸다.
기독교회복센터 소장인 김디모데 목사도 이날 SNS에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여사가 지난 12일 프놈펜의 심장병 소년을 방문한 데 대해 “자기 이미지와 선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구호 대상을 홍보의 도구로 삼았다”며 ‘영부인 놀이’ ‘쓰레기 짓’이라고 깎아내리고 김 여사를 ‘이 작자’라고 지칭했다. “의인의 입은 생명의 샘,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다”는 성경 ‘잠언’을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