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피나우(33·미국)가 6년 넘게 따라다닌 ‘준우승 전문’ 꼬리표를 말끔하게 떼어냈다. 올 들어서만 3승을 쓸어담으며, 언제 어디서든 우승할 수 있는 톱랭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피나우는 14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휴스턴오픈(총상금 840만달러·약 111억원)에서 우승하며 통산 5승을 올렸다. 이 중 3승을 올해 거뒀다.

피나우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파크GC(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로 1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64타를 기록하며 2위 타이슨 알렉산더(미국·12언더파 268타)를 4타 차로 제쳤다. 1라운드부터 나흘 내내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이날 4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피나우는 전반에 버디만 4개를 뽑아내며 2위와의 타수를 8타까지 벌리기도 했다. 8번 홀(파5)에서는 11m가 넘는 버디 퍼트를 넣었고, 9번 홀(파3)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후반 들어 3개의 보기를 범했지만, 앞서 벌려 놓은 차이가 워낙 컸다.

그는 1년여 전만 해도 ‘준우승 전문’ 소리를 들어야 했다. 2015년 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이듬해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투어 첫 승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큰 키(193㎝)에서 나오는 호쾌한 장타와 정교한 샷을 장착한 그가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는 건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우승 소식은 뚝 끊겼다. 성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준우승 여덟 번을 포함해 모두 39차례나 톱10에 들었지만, 우승은 못했다. 그러니 ‘뒷심이 약하다’ ‘멘털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그랬다. 최종일 선두로 시작한 네 번의 경기(2018년 US오픈, 2018년 WGC HSBC 챔피언스, 2020년 WM 피닉스 오픈, 2021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모두 경쟁자에게 내줬다. 그가 무관의 사슬을 끊은 건 첫 승 이후 5년5개월, 143번째 대회였던 지난해 8월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였다. 당시 피나우는 캐머런 스미스(호주)와의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유리 멘털’이란 세간의 평가도 깨뜨렸다.

우승 본능에 다시 시동이 걸리자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졌다. 피나우는 올 7월 3M오픈과 8월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PGA투어 강자로 자리잡았다. 이어 이날 4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경기가 끝난 뒤 피나우는 “우승이 없었던 지난 5년 동안에도, 나는 나를 믿었다. 그리고 내 몸과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제 그 모든 것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준우승만 하던 시절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감이다. 그는 이번 대회 중 PGA투어와의 인터뷰에서 “우승은 자신감을 준다. (준우승에 그쳤던) 지난 대회 때도 모두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나우는 “우승을 경험하자 내 경기에 자신감이 생겼고,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상위권에 들어도 잠을 푹 잘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7승을 거둔 오지현(26)과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김시우(27)는 최종합계 1언더파 279타(공동 35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루키 김성현(24)은 최종합계 2오버파 282타로 공동 47위, 안병훈(31)은 공동 53위(4오버파 287타)로 대회를 마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