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볼모로 잡힌 학생들…경기도의회, 추경 놓고 싸움만
“학교 공사 중단·학생 건강 위협, 추경예산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경기교육청은 휴일인 지난 13일 이 같은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교육청은 “도내 한 학교의 비소(As) 오염 정화사업과 216개 학교의 석면 제거 사업 등이 미뤄질 위기”라며 “학생들의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서라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78 대 78’ 여야 동수로 출범해 초기부터 팽팽한 난타전을 벌여온 경기도의회가 이번엔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볼모로 잡았다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도교육청의 2022년 추경안을 내년 예산안을 심의해야 할 현재까지도 통과시키지 않은 탓이다. 도 관계자는 “도의회에 철저한 ‘을(乙)’일 수밖에 없는 교육청이 이런 입장문을 낸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 9월 13일 기존 예산보다 5조62억원 많은 24조2021억원 규모의 1차 추경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정부로부터 교육교부금 등 이전수입 4조6495억원이 들어오면서 학교 환경정비 사업과 신설 학교 공사비, 코로나19 방역 지원 등 긴요한 곳에 예산을 편성했다.

교육청은 9월, 늦어도 10월에는 추경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두 달 넘게 도의회가 공전하면서 불똥이 교육 현장에까지 튀기 시작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개교하는 도내 신설 학교 6곳의 공사비와 다른 예산에서 끌어 써왔던 12월분 급식 예산이 가장 큰 문제”라며 탄식했다. 그동안 교육계와 학부모단체, 시민단체의 비난이 이어졌지만 도의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교육 추경안과 도 추경안을 함께 통과시키는 도의회의 관행이 이런 사태를 증폭시킨 구조적 결함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기도 여야는 도가 9월 8일 제출한 2022년 2차 추경을 두고 아직도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연 경기지사의 핵심 사업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플러스 기본구상 용역비(12억원), 사회적경제원 설립 준비금(3억8500만원), 예술인 기회 소득 정책연구용역비(5000만원) 등에 ‘추경 보이콧’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도 김 지사의 핵심 공약을 양보할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어 보인다. 경기도가 지난달 말 2023년 예산안을 제출한 가운데 2022년 3차 추경과 마무리 추경은 기약도 없다.

교육청 추경안은 정치 이슈와 무관하다. 도의회 관계자는 “교육 추경안 세부안에 여야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며 “굳어진 관행과 거세진 정쟁(政爭)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운동장에서 비소가 발견된 초등학교에 학생 850명이 다니고 있다. 경기도 신도시 6개 학교 개교가 미뤄지면 3000명이 집보다 먼 학교로 등교해야 한다. 교육 추경을 지금이라도 따로 떼 통과시켜야 할 이유가 더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