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현장 소방관과 경찰관들의 불만이 급속도로 증폭되고 있다. 소방노조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 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용산소방서장과 지휘팀장을 피의자로 입건한 경찰의 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경찰관들은 지난 11일 사망한 전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정모 경감(55)에 대해 진행된 수사에 대해 “꼬리 자르기 수사”라며 맹비난했다.

소방노조 “이상민 장관 사퇴하라”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14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를 찾아 이 장관을 직무 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책임져야 했음에도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이다. 소방노조는 “경찰이 이 장관을 즉각 입건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소방노조는 향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추가 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장관의 직무 유기,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통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소방 노조의 고발에 대해 “(재난안전법에 따른 행안부 장관의 책임 관련) 규정은 정확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제가 입장이나 의견을 말씀드리기는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경찰 수사는 소방관에 대한 모욕”

고발장 접수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특수본을 규탄하는 소방관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강윤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전북소방지부장은 “현장에서 분투한 용산소방서장을 입건하는 것도 모자라 현장 출동 차량 및 출동 소방관의 현장 활동 기록까지 수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한 소방관은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라 당당한 경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특수본은 지난 7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참사 발생 전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소방 측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으나 대응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후에도 신속하게 소방 대응 단계를 발령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해당한다는 것이 특수본의 판단이다.

참사 당일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30여 분이 지난 밤 10시43분 대응 1단계를, 30분이 지나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대응 3단계는 밤 11시48분에 발령했다. 특수본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용산소방서 지휘팀장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사고 현장에 나간 소방대원들의 출동 기록도 살펴볼 계획이다.

김동욱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변인은 “참사 당시 현장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도 버거운데 경찰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심리적 부담감이 크다”며 “현장을 잘 모르는 경찰들이 수사하면 진상규명이 아닌 먼지 털기식 수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경찰 “꼬리 자르기 하지 마라”

현장 경찰들도 특수본 수사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1일 참사 발생 전 이태원에 인파가 집중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견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특수본에 입건된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숨진 채 발견된 이후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사망 원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에선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 내부 직원에게 총질한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이광식/강영연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