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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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민의힘에선 한동안 잠잠하던 내홍이 다시 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사진)가 지난 8일 국정감사장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를 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킨 게 발단이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왜 퇴장까지 시키냐. 의원들이 부글부글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가 “말 못할 사정이 있다”며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사태는 수그러들었다.

14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가 말한 ‘말 못할 사정’은 두 수석의 ‘셀프 퇴장 요청’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수석은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 정회 시간에 주 원내대표에게 “자신들을 퇴장시켜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감 중에 ‘웃기고 있네’라고 적힌 문구가 한 언론에 포착돼 보도된 직후였다. 한 중진의원은 “주 원내대표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두 사람을 퇴장시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전후 사정은 대통령실과 당에 즉각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친윤계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에 나선 배경이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10일 “의원들이 부글부글한다. 좀 걱정된다”고 했고, 윤 대통령을 후보 시절 수행한 초선 이용 의원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두 수석을 왜 퇴장시켰느냐. 여당이 윤석열 정부 뒷받침도 못 한다”며 주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당 내부에 불만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장 의원이 없는 걸 있다고 말씀하진 않았다”고 거들었다.

불붙던 당내 갈등 조짐은 두 수석이 ‘셀프 퇴장’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잦아들었다. 주 원내대표는 11일 “이 의원과 장 의원이 말 못할 사정을 나와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에 나와 “말 못할 사정이 두 수석께서 이런 식(퇴장)으로 하겠다는 의견을 먼저 제시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대통령실 정무라인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과 수석 간 보고가 제대로 안 됐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의원은 “당과 대통령실이 원활하게 소통이 안 되다 보니 엇박자와 갈등만 증폭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