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3개 시·군 78만8천마리 살처분…70% 이상이 청주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거죠"
"닷새 후 출하인데, 1만마리 살처분" 가금농장 망연자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육용오리를 키우던 연모(59)씨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터지면서 애지중지 키운 육용오리 1만1천여 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출하를 불과 닷새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5개 동 3천여㎡ 규모의 농장을 14년 넘게 운영해 온 연씨가 이런 일을 겪은 것은 처음이다.

텅 빈 축사를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는 "소독, 입식시험, 검역본부 승인을 거쳐 예전처럼 오리를 키우려면 내년 5월은 돼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보상금이 바로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당장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탄했다.

최근 충북에서 AI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가금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진천 육용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후 이날까지 8곳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예방적 살처분을 포함, 14개 농가의 가금류 78만8천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중 70%(60만여 마리·9개 농가)가 청주에 집중돼 있다.

방역당국은 가금 농가 이동제한 명령을 내리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감염경로는 파악되지 않은 채 산발적 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방역에 애를 먹고 있다.

"닷새 후 출하인데, 1만마리 살처분" 가금농장 망연자실
농민들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바이러스 앞에서 손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연씨는 "평소보다 사료 섭취량이 줄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신고했는데 AI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매일 아침 1시간 넘게 소독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청주 북이면에서 오리농장을 운영하는 박모(57)씨도 "옆 농가에서 AI가 발병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간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예방적 차원에서 오리 1만여 마리를 살처분했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박씨의 농장은 지난 4일 AI가 발생한 북이면 육용오리 농장에서 불과 200m 떨어져 있다.

충북도는 농장주들에게 시설·차량과 사육 도구·장비를 매일 소독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철새 분변이 묻은 들쥐가 바이러스를 농장에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구서제(쥐약)를 가금 농장에 제공하고 생석회 50t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축사 출입 때 장화를 갈아신고 축사 안팎을 매일 소독하는 등 방역 기본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