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20만명에 '4兆 종부세 폭탄' 초래한 巨野의 강변
“지금의 집값 하락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법이 고금리 시기와 맞아떨어져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종부세 개편안 토론회에서 “그동안 종부세의 집값 억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면 그건 종부세의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약하게 부과됐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일부 의원들이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재벌부자감세 저지 긴급행동’과 공동으로 주최했다.

발제를 맡은 정 교수는 “종부세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공급 축소와 가격 상승, 고령계층 빈곤화 등은 근거가 없거나 과장돼 있다”며 종부세를 옹호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맡은 친민주당 성향 학자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도 윤석열 정부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결과적으로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조세 우대”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은 당장 이날 토론회에서 정면으로 반박됐다. 토론자로 나선 송경호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유세 부담 증가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결과는 도출되지 않는다는 실증연구를 소개하며 “(종부세가) 주택 가격이 하강 국면으로 돌아선 다음에야 효과를 발휘하는 도구라면 이를 계속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정부가 지난 9월 내놓은 ‘1가구 1주택자 특별공제 3억원’ 등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부자감세로 자산 양극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연내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다음주 역대 최다인 약 120만 명에게 4조원대 규모로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될 예정이다.

주택 보유자들은 고금리와 집값 하락에 종부세 폭탄까지 ‘삼중고’를 떠안게 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이 종부세 고지서 발송을 1주일 앞두고 토론회를 연 것은 종부세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현 야권이 추진한 종부세 강화는 결과적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강한 조세저항을 불러와 민심 이반을 초래한 요인으로 꼽힌다. “섣불리 종부세의 정당성을 강변하기보다는 종부세와 재산세의 통합 등 보유세제 개편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고언을 민주당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