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바이오벤처인 에이비엘바이오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00억원 넘는 영업흑자를 냈다.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해 받은 대가로 일군 성과다. 연간 흑자 가능성도 높다. 국내 바이오업계에선 이례적이다.

신약 R&D만으로 첫 흑자…롤모델 된 에이비엘바이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올 3분기 매출 384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8배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흑자 달성은 2016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3분기 누적 매출은 574억원, 영업이익은 122억원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별도 부대사업 없이 연구개발(R&D) 성과물인 후보물질 기술수출만으로 이익을 냈다.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로는 흔치 않은 일이다. 국내 대다수 바이오벤처는 상장 유지와 R&D 자금 확보를 위해 화장품·건강기능식품 같은 부대사업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그럼에도 R&D 지출이 워낙 커 영업이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ABL301)을 총 1조4000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초기 계약금은 91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일부가 3분기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최근 사노피와 기술이전 계약 당시 약속한 연구 성과를 달성해 278억원을 더 받았다. 이와 별개로 항암제 기술수출 두 건에 대한 마일스톤(단계별 성과금)도 들어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8년 상장 이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았다. 기술 수출 수익으로 R&D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R&D→기술 수출→자금 유입→R&D’의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국내 바이오벤처의 롤모델이 되겠다”고 했다. 다만 마일스톤 유입이 일회성 요인이기 때문에 흑자 기조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