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고점으로 치닫던 지난해 무주택자 103만 명이 새로 집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7년 이후 이 숫자가 100만 명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가능성이 높은 30세 미만 주택 보유자도 1년 새 10%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들이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 집값 고점일 때…무주택자 103만명 사고, 다주택자는 팔았다

집값 하락 전 ‘주택 구매’ 러시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21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1일 기준 주택 소유자는 1508만9000명이었다. 1년 전보다 39만3000명 증가했다. 특히 무주택자였다가 지난해 주택 보유자가 된 사람은 103만6000명에 달했다. 여기엔 주택 매수뿐 아니라 증여·상속을 통해 집을 갖게 된 사람도 포함된다. 전체 무주택자 3566만2000명 중 2.9%가 지난해 무주택에서 벗어난 것이다.

‘무주택 탈출’ 인원은 2018년과 2019년만 해도 연간 82만~83만 명이었는데, 2020년 98만 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엔 100만 명을 넘었다. 지난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하자 뒤늦게 주택 매입에 가세한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30세 미만 주택 보유자는 2020년 26만5000명에서 지난해 29만1000명으로 9.9% 증가했다. 주택 소유자 중 30세 미만 비중은 1.9%로 전년 1.8%에서 0.1%포인트 상승했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영원히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공포가 이들의 주택 매수심리를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들이 집을 산 시점은 고점 근처였고 이후 얼마 안 돼 집값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마지막 주 102.6이던 주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올해 1월 106.3까지 올랐다가 11월 둘째 주 102.8로 하락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주택 구매자는 매입가격 대비 손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금리가 높아지는 점도 부담이다. 일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를 넘었다. 빚을 내 집을 산 가계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집값 하락 전 공시지가(올해 1월 1일)를 기준으로 매겨진 종합부동산세가 오는 22일께부터 부과되면 조세 저항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종부세 관련 심판청구 건수는 3843건으로 작년의 13.5배에 이른다.

다주택자는 첫 감소

무주택자가 대거 집을 산 것과 달리 다주택자는 집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2주택 이상 보유자는 227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7000명(-2.0%) 줄었다. 다주택자 감소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 후 처음이다. 전체 주택 소유자 가운데 다주택자 비중은 15.8%에서 15.1%로 2년 연속 낮아졌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종부세’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주택 소유 가구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은 울산 북구였다. 이 지역에 사는 가구의 69.9%가 집을 갖고 있었다. 반면 서울 관악구는 주택 소유율이 35.3%에 그쳤다. 이 지역 64.7%는 무주택 가구라는 얘기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