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1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친야(親野) 성향 시민언론 민들레가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15일 오전 7시 기존 게시했던 포스터 및 10여 명의 명단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들레는 이날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 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김OO'과 같은 방식으로 성만 남긴 채 익명 처리했다가 아예 삭제한 것이다. 현재 140여 명의 명단은 문자 형태로 남아 있다. 사망자 158명 가운데 155명의 명단이 삽입됐던 포스터도 찾아볼 수 없다.

전날 민들레는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을 공개한다"며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더탐사가 협업해 공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 / 사진=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더탐사가 협업해 공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 / 사진=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이들은 "유가족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면서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들은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족의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족의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유족의 아픔에 또다시 상처를 내는 것"이라면서 반드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동의 없이 명단이 공개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참담하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