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래블 유통 2위인 롯데면세점이 베트남 중부의 휴양도시인 다낭 시내에 13번째 해외 면세점을 열었다. 베트남에서만 4호점이다. 롯데는 베트남을 포함해 싱가포르,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롯데 듀티 프리(면세 유통) 벨트’를 구축 중이다. 중국 여행객들이 해외로 가는 길목에 길게 그물망을 쳐 놓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다낭 미케 해변에 있는 브이브이몰(VVMall) 2층에 약 2000㎡ 규모의 시내 면세점을 오픈했다고 15일 밝혔다. 2017년 다낭공항점, 2018년 나트랑깜란공항점, 2019년 하노이공항점에 이어 4번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화장품, 주류, 주얼리, 시계, 패션잡화 등 약 200개 브랜드가 입점했다”며 “중국인 및 동남아 고객이 많이 구매하는 정관장, 설화수, 후 등 국산 브랜드도 함께 진출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엔데믹 전환을 대비해 ‘역발상 투자’를 꾸준히 단행했다. 올 5월에 호주 시드니시내점 오픈을 완료했다. 내년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 시장의 최대 고객인 중국이 해외여행을 본격화하는 때에 대비하려는 차원”이라며 “한국,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를 거점으로 삼아 밖으로 나가는 중국의 큰손들을 ‘롯데 벨트’ 안에 묶어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 지대인 번돈, 몽까이 등에 대한 투자도 검토 중이다.

롯데는 국내 면세점 업계 중 가장 활발하게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에만 3개 점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의 해외 점포는 없다.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덕분에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6조1030억원의 매출을 기록,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3분기엔 3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코로나19로 인한 적자에서 탈출했다. 매출액도 1조 276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9% 증가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내국인 고객이 작년보다 150% 증가한 데다 동남아 단체 관광객 약 1만명을 유치한 덕분”이라며 “재고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한 것도 흑자 전환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면세 상품을 취급하는 트래블 유통은 2016년을 전후로 유럽에서 한국으로 주도권이 넘어왔다. 한국의 롯데, 신라면세점은 부동의 1위인 스위스 듀프리에 이어 글로벌 ‘빅3’를 형성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바뀌고 있다. 중국이 하이난을 중심으로 자국 면세 산업을 적극 육성하면서 글로벌 1위 자리가 중국 업체(CDFG)로 바뀌었다.

트래블 유통 산업의 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LVMH 등 명품 업체들이 최신 상품을 중국 상하이, 베이징 백화점에 먼저 선보이고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백화점은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자라고 한다면 면세점은 해외 유명 브랜드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해 재고 관리를 해가며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진짜 유통”이라며 “트래블 유통을 키워야만 LVMH 등 해외 명품 업체와의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면세 산업을 육성한 데 비해 한국은 면세점 사업권을 형평성의 논리로 남발하는 등 허송세월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시행착오를 경험 삼아 이제부터라도 트래블 유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