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따른 조치로 풀이
트위치 전철 밟나…이용자 불안감 가중
15일 업계에 따르면 도라마코리아는 전날 회사 커뮤니티에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전체 콘텐츠의 지원 화질을 기존 최대 1080픽셀(p)에서 최대 540픽셀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이어 "화질 변경은 순차적으로 반영 중이며 시일 내 전체 콘텐츠의 화질 변경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화질 변경으로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도라마코리아는 일본 드라마 수입·배급 업체로 2017년부터 OTT 사업을 전개해왔다. 보유 회원 수는 55만명.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회사 측은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영상 화질을 낮춘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꼽고 있다.
도라마코리아는 2018년 영업손실 6억7500만원, 2019년에는 영업손실 9억8900만원을 기록했다. 도라마코리아 운영사인 디케이라이츠는 지난해 8억6500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화질 저하 조치에 이용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흘러나온다. 도라마코리아 자유게시판에는 "일정 요금제를 받고 운영해서 기존 화질을 그대로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돈 내고 볼 의향 있다", "540픽셀은 너무하다. 1080픽셀은 유료로 했으면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망 사용료 부담에 회사가 사업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국내 방송 해상도를 낮춘 데 이어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한국시장 철수설이 불거졌다.
트위치는 서비스 중단이 망 사용료와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는 망 사용료 의무화 입법 논의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해외 콘텐츠 제공사(CP)의 망 이용 대가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총 7건이 발의됐다. 대규모 CP에게 망 사용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하는 내용이 공통으로 담겼다.
트위치에 이어 도라마코리아가 화질 제한에 나서면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른 OTT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 이용자는 "트위치를 시작으로 도라마코리아도 화질을 낮췄다. 나중에는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도 따라가는 것 아니냐"며 "망 사용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신업계는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는 트위치의 화질 저하 조치와 관련해 "한국에서 서비스 운영 비용 증가를 이유로 이용자에게 화질 저하 조치를 한 행위는 트위치의 권한이자 책임"이라면서도 "서비스가 아무런 문제 없이 제공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KOTA는 또 "국내 CP가 해외시장 진출 시 어떤 형태로든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해외 CP도 국내 진출 시 연결되는 첫 번째 통신사 또는 콘텐츠전송망(CDN)에 어떤 형태로든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인터넷은 양면시장으로 이용자와 CP 모두에게 이용대가를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