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유가가 상승 반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압 저하를 이유로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을 잇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차단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의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1.22% 오른 86.92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수요 전망 하향으로 3.47% 떨어졌던 유가가 다시 상승했다. 유럽 원유 가격의 기준으로 쓰이는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93.79달러를 기록해 전일 대비 0.70% 올랐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닷컴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닷컴
IEA가 내놓은 공급 감소 전망이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IEA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유럽의 수입 금지가 시작되면 러시아산 석유가 새 시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잠재적으로 러시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1000만배럴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 1~10월 일일 원유 생산량은 평균 1070만배럴이었다. IEA는 러시아가 내년 3월 말까지 생산량을 일일 200만배럴가량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일일 생산량은 960만배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U는 다음달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상황이다. 내년 2월 5일부터는 정유 제품 수입도 금지한다. EU 소속 국가의 유조선이 러시아산 화물을 운송하는 것과 제3자 선박에 대한 보험을 포함한 해상 서비스를 러시아에 제공하는 것도 막기로 했다. EU 외 지역으로 러시아산 석유나 정유 제품이 운송되는 데에도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수입물량을 줄이면서 그간 인도, 중국, 터키 등으로 수출량을 늘려왔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석유 공급·수요가 안정되면서 이 국가들이 수입량을 더 늘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IEA는 러시아가 EU 시장의 대체재로 원유 150만배럴과 정유 제품 100만배럴의 수요처를 찾아야 할 것으로 봤다. 다만 IEA는 경기 침체 우려로 올 4분기 전세계 석유 사용량이 일일 약 25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 동유럽행 송유관 막았다…공급 감소 전망에 유가 1.2% 상승 [오늘의 유가동향]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헝가리로 이어지는 석유관인 드루즈바를 차단한 것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파이프라인 업체인 트랜스네프트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전압 저하로 인해 드루즈바를 통한 석유 공급을 중단했다"고 통보 받았다.

헝가리 업체인 MOL도 별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가 드루즈바를 통한 석유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송유관에 전기를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벨로루시 접경지역 발전소가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이 막혔다는 게 MOL의 설명이다.

드루즈바는 1958년 소련이 사회주의 국가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만든 송유관으로 두 갈래로 나뉜다. 북쪽 갈래는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이번에 공급이 막힌 남쪽 갈래는 우크라이나,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오스트리아 등으로 이어진다.

주요 7개국(G7)이 다음 달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한 점은 유가 추이에 불확실성을 늘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달 초 가격 상한제 적용에 합의했지만 아직 적정 가격 등 세부사항은 조율 중이다. 업계에선 40~65달러 사이에서 상한가가 책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EA는 "유가 상한선을 도입하는 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무수한 불확실성과 물류 문제가 남아있다"며 "러시아산 원유 및 정유 제품에 대한 금수 조치는 세계 석유 시장의 균형과 특히 공급이 빠듯한 휘발유 시장에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석유협회의 발표 수치를 인용한 업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 5~11일 일주일간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약 580만배럴 줄었다. 증류유 재고는 약 85만배럴 늘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