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16일 국가미래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제63회 산업경쟁력포럼'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최근 국제수지 적자 지속의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발표한 김 원장은 "반도체와 같이 아주 특출난 몇 가지를 제외하면 이제 중국이 딱히 한국산 제품을 사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은 한국과 유사하게 제조업 중심 국가인 독일은 여전히 중국에서 막대한 무역수지를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여전히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과 달리 월등한 제조업 경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한국도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원장은 한국 기업이 생산 공장을 대거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한 점도 대중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된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을 향하던 한국의 대규모 중간재 수출이 공장 이전으로 인해 동남아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전체 중간재 수출품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6.5%에서 작년 12.5%로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며 "한국은 중국이 아니라 동남아에서 돈을 버는 쪽으로 무역 구조가 이미 바뀌었다"고 했다.
김 원장은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해 향후 대중 무역이 크게 확대될 여지가 작다고 보고 갈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망 추적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비해 미국의 중국 부품 배제 움직임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