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A 씨는 최근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친구 B 씨의 사촌 동생이 이태원 참사로 사망했다면서 "친구의 동의를 구하고 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A 씨는 "친구의 사촌 동생이 굉장히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놀다 죽었는데 누굴 탓하냐는 비난 여론도 있어 가족들이 최대한 사연을 숨기고 있었다"고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B 씨가 한 모임에서 사촌 동생 C의 사연을 간략히 얘기했는데 그걸 들은 지인 D 씨가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집요하게 이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 따르면 D 씨는 B 씨에게 "이런 사연을 숨기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부모님을 꼭 설득해 달라. 세상에 큰 울림을 줄 것이다"라고 거듭 요청했다.
B 씨가 "이모와 이모부 모두 싫다고 했다. 희생자 가족이 싫다고 하지 않느냐"고 하자 D 씨는 "가족 연락처라도 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했다.
지난 15일 친야 성향 인터넷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유족의 동의 없이 공개하자 해당 커뮤니티 언론 게시판에도 "가해자 신상 공개는 들어봤어도 피해자 신상 공개는 처음"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26명의 해외 사망자 명단도 공개되면서 한 주한 대사관에서는 외교부에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외국인 사망자 2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사망자의 유족이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았으며, 사망자 8명의 유족은 국적 공개도 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터넷 매체 '민들레'에 공개됐던 이태원 사망자 155명의 명단 포스터는 삭제된 상태며 20여명의 이름도 지워진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