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계 대표주자인 한세실업이 올해 사상 첫 2조원 매출 달성을 눈앞에 뒀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발(發) 보복소비와 ‘킹달러’에 힘입어 지난 3분기에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등 그야말로 전성시대다. 한세실업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한세 2.0’을 선포하고 신성장동력 마련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40살 된 한세실업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사진)은 16일 회사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한세실업은 올해 매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매출 2조 클럽을 눈앞에 뒀다”며 “디지털 기술과 물류 사업을 접목해 퀀텀점프를 이뤄내고 한세 2.0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실업은 1982년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설립한 OEM 기업이다.

‘갭(GAP)’, ‘H&M’, ‘아메리칸이글’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김익환 부회장은 김 회장의 차남으로, 2004년 한세실업에 입사했다.

이후 첨단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왔다.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세실업은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 구축 △디지털 기반 공급망 마련 △생산 공장의 수직계열화 완성 등을 위해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의류업계 최초로 버추얼디자인(VD) 전담팀을 설립한 게 그런 사례다. 이 팀은 3차원(3D) 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가상 샘플을 제작, 불필요한 원단 폐기물 등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연구개발(R&D)센터에 지속 투자하고 가상 모델인 아바타 개발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2025년까지 실물 샘플의 80% 이상을 3D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큐 킹달러”

한세실업은 올해 들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3분기에는 매출 5883억원, 영업이익 655억원을 나타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3%, 영업이익은 3.6배 급증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7802억원, 영업이익은 1701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매출 1조6720억원, 영업이익 1067억원)을 뛰어넘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고가 의류 브랜드와의 계약이 늘고, 단가가 높은 가을·겨울 제품 판매 비중이 커져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환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 한세실업, 영원무역 등 OEM 기업은 동남아시아 공장에 생산 기반을 두고 선진국에 상품을 수출한다. 대금은 달러로 받고 임금 등 비용은 현지 통화로 지출하는 구조다. 3분기에 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15.6% 상승한 게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변곡점이 될 4분기

다만 패션업계에서는 한세실업을 비롯한 패션 OEM 기업들이 4분기에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추세가 이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근거다. 전방 기업인 나이키의 재고량은 2022회계연도 1분기(6~8월)에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이에 따라 나이키는 생산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생산하는 의류 종류에 따라서도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한세실업은 캐주얼 기업에 주로 납품하는 만큼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영원무역의 경우 ‘룰루레몬’ 등 스포츠·아웃도어 생산에 특화돼 있어 경기 민감도가 덜하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