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野 '금투세는 상위 1%에만 부과' 주장에 오류 있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민주당, 5개 증권사 자료 근거로
"금투세 과세 대상 1% 미만" 주장
자료는 증권사별 합산 손익만 제시
5개사 합친 개인별 손익 파악 불가
개미들 "금투세 대상 더 많을 것"
"금투세 과세 대상 1% 미만" 주장
자료는 증권사별 합산 손익만 제시
5개사 합친 개인별 손익 파악 불가
개미들 "금투세 대상 더 많을 것"
정치권이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금투세 2년 유예 방침에 대해 “상위 1%를 위한 부자 감세”라며 과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부자감세’ 근거로 내세운 투자수익 추정 근거 자료에 통계 해석상 오류(증권사별 합산 손익을 개인별 합산 손익으로 판단)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5개 주요 증권사의 주식 투자자 실현손익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당시 금투협이 제출한 자료에는 각 증권사별로 주식계좌에서 수익을 낸 전체 고객 수와 ‘5000만원 초과’ ‘1억원 초과’ 수익 구간별 고객 수, 1인당 평균 투자액 등이 기재돼 있었다. 유동수 의원은 해당 자료를 토대로 ‘1%를 위한 결정,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같은 달 5일 발표했다. 5개 증권사의 투자자별 실현 손익 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5000만원 이상을 거둔 투자자는 20만1843명으로 전체 투자자(2309만4832명) 중 0.9%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유 의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금투세 과세 대상인 5000만원 초과 수익을 낸 투자자 수는 2019년 1만7604명, 2020년 8만4577명, 2021년 9만9662명이었다. 전체 고객 수 대비 비중은 같은 기간 0.6%, 1.2%, 0.8%였다.
유 의원은 이를 근거로 “금투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2023년에 시행되더라도 수익을 낸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는 금융투자상품으로 고수익을 얻는 거액 자산가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아닌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통계는 이후 민주당이 금투세 과세 강행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됐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지난 15일 “금투세 대상자는 주식 시장이 활황이었던 작년 기준으로도 1%가 되지 않는다”며 “주식 시장에 금투세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국경제신문이 금투협과 유 의원실 등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민주당이 근거로 내세운 해당 통계는 전체 투자자 중 금투세 과세 대상의 비중을 추산하는데 부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해당 통계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마다 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실현 손익을 ‘증권사별로’ 각각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출됐다.
예컨대 미래에셋증권에 개설된 2개 계좌를 합해 4000만원의 수익을 낸 A는 금투세 과세 기준인 ‘5000만원 초과’ 수익을 낸 투자자 숫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에 개설한 3개 계좌에서 5500만원의 수익을 낸 B는 금투세 과세 대상 투자자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삼성증권에서 3000만원, NH투자증권에서 3000만원의 수익을 낸 C는 어디로 분류될까. C는 어느 한 증권사에서도 5000만원 초과 수익을 내지 못했으므로 해당 자료에서는 금투세 과세 대상자로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법은 C를 금투세 과세 대상으로 분류한다. 금투세는 모든 증권사에 개설된 투자손익을 합산한 수익이 5000만원이 넘으면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통계 해석의 오류를 근거로 ‘금투세는 상위 1%에 매겨지는 세금’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5개 증권사 계좌에서 각각 5000만원 미만의 수익을 냈더라도 이를 모두 합하면 5000만원 넘는 수익을 낸 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금투세 과세 대상은 1%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공개(IPO) 투자 열풍으로 여러 증권사에 걸쳐 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투협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지난 8월 6200만개를 돌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실제 주식 투자자를 1000만명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투자자 1인당 5~6개의 주식 계좌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해당 보도자료를 낸 유동수 의원은 통계 해석상 오류 가능성을 인정했다. 유 의원은 “그런 통계상 문제(증권사별 합산 손익을 개인별 합산 손익으로 판단)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현재로써는 개인별로 모든 계좌를 합산해 투자 수익을 얼마나 거뒀는지 확인이 불가능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두 개 이상 증권사를 합쳐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낸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해당 자료가 통계적 유의성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2008년~2018년 11개 증권사의 주식 거래 내역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금투세 과세 대상 인원을 15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그런데 민주당이 ‘부자감세’ 근거로 내세운 투자수익 추정 근거 자료에 통계 해석상 오류(증권사별 합산 손익을 개인별 합산 손익으로 판단)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5개 주요 증권사의 주식 투자자 실현손익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당시 금투협이 제출한 자료에는 각 증권사별로 주식계좌에서 수익을 낸 전체 고객 수와 ‘5000만원 초과’ ‘1억원 초과’ 수익 구간별 고객 수, 1인당 평균 투자액 등이 기재돼 있었다. 유동수 의원은 해당 자료를 토대로 ‘1%를 위한 결정,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같은 달 5일 발표했다. 5개 증권사의 투자자별 실현 손익 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5000만원 이상을 거둔 투자자는 20만1843명으로 전체 투자자(2309만4832명) 중 0.9%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유 의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금투세 과세 대상인 5000만원 초과 수익을 낸 투자자 수는 2019년 1만7604명, 2020년 8만4577명, 2021년 9만9662명이었다. 전체 고객 수 대비 비중은 같은 기간 0.6%, 1.2%, 0.8%였다.
유 의원은 이를 근거로 “금투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2023년에 시행되더라도 수익을 낸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는 금융투자상품으로 고수익을 얻는 거액 자산가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아닌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통계는 이후 민주당이 금투세 과세 강행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됐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지난 15일 “금투세 대상자는 주식 시장이 활황이었던 작년 기준으로도 1%가 되지 않는다”며 “주식 시장에 금투세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국경제신문이 금투협과 유 의원실 등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민주당이 근거로 내세운 해당 통계는 전체 투자자 중 금투세 과세 대상의 비중을 추산하는데 부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해당 통계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마다 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실현 손익을 ‘증권사별로’ 각각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출됐다.
예컨대 미래에셋증권에 개설된 2개 계좌를 합해 4000만원의 수익을 낸 A는 금투세 과세 기준인 ‘5000만원 초과’ 수익을 낸 투자자 숫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에 개설한 3개 계좌에서 5500만원의 수익을 낸 B는 금투세 과세 대상 투자자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삼성증권에서 3000만원, NH투자증권에서 3000만원의 수익을 낸 C는 어디로 분류될까. C는 어느 한 증권사에서도 5000만원 초과 수익을 내지 못했으므로 해당 자료에서는 금투세 과세 대상자로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법은 C를 금투세 과세 대상으로 분류한다. 금투세는 모든 증권사에 개설된 투자손익을 합산한 수익이 5000만원이 넘으면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통계 해석의 오류를 근거로 ‘금투세는 상위 1%에 매겨지는 세금’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5개 증권사 계좌에서 각각 5000만원 미만의 수익을 냈더라도 이를 모두 합하면 5000만원 넘는 수익을 낸 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금투세 과세 대상은 1%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공개(IPO) 투자 열풍으로 여러 증권사에 걸쳐 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투협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지난 8월 6200만개를 돌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실제 주식 투자자를 1000만명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투자자 1인당 5~6개의 주식 계좌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해당 보도자료를 낸 유동수 의원은 통계 해석상 오류 가능성을 인정했다. 유 의원은 “그런 통계상 문제(증권사별 합산 손익을 개인별 합산 손익으로 판단)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현재로써는 개인별로 모든 계좌를 합산해 투자 수익을 얼마나 거뒀는지 확인이 불가능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두 개 이상 증권사를 합쳐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낸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해당 자료가 통계적 유의성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2008년~2018년 11개 증권사의 주식 거래 내역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금투세 과세 대상 인원을 15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