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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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의 정부 지원 예산 필요성을 강조한 다음날 지역화폐 20억원을 불법환전해 2억원을 챙긴 일당이 검거됐다.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사업에 예산을 투입해선 안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화폐 예산 정부가 지원해야"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이 대표의원을 맡은 국회 소상공인정책포럼은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역화폐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포럼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4∼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2%가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역화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자체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26.8%였다.

아울러 응답자의 84.2%는 지역화폐 사용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앞으로도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7.4%였다.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89%였다.

전국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500명을 대상으로 별도 진행한 조사에서는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액 확대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89.2%에 달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73%였다.

이번 조사는 조사기관이 보유한 온라인 패널을 대상으로 한 웹서베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38%포인트다.

포럼 연구책임의원인 이동주 의원은 "코로나19로 소비가 침체한 국면에서 소상공인들이 든든히 버틸 체력을 만드는 데 지역화폐만한 정책은 없었으나,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전액 삭감했다"며 "민주당은 지역화폐를 민생예산 1순위로 삼아 7000억원 원상 복원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은 "이번 조사로 지역화폐의 효용성이 재확인됐다"며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가 만족하고 필요로 하는 정책을 되살리기 위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억원어치 상품권으로 2억원 챙긴 일당 검거

이런 가운데 17일 경남에서는 지역화폐를 10% 할인된 가격에 대량 구매해 가족 및 지인 명의로 개설한 허위 가맹점 수십 곳을 통해 불법 환전해 수억원 상당 차액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들의 범행을 도운 공범 D씨를 불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밝힌 이들의 범행 수법을 보면 사실혼 또는 지인 관계인 A씨 등 4명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지역사랑상품권 10% 할인 판매 기간에 거제시와 고성군 일원에서 지인들로부터 기존 법인 14개 명의를 빌려 상품권을 대량 구입했다.

A씨 일당은 당시 지역사랑상품권을 법인 명의로 구매할 때는 개인 명의로 살 때(월 50만원)와는 달리 한도가 없다는 점을 노렸다.이들은 대량 구입한 상품권을 이후 가족, 지인 등 명의로 등록·개설한 허위 가맹점 28곳을 통해 판매대행점에서 상품권 권면 금액으로 불법 환전받았다.

경찰이 허위 가맹점으로 등록된 주소지를 확인해본 결과 공실이거나 일반 가정집 등으로, 실제 물품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씨 일당이 10% 할인받아 구매한 20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이런 방식으로 부당 환전해 결과적으로 2억원 상당 차액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2020년 고성군청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A씨 일당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다량의 타인 명의 신분증, 통장,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명판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경찰은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취급하는 가맹점으로 등록할 때 또는 그 이후에 실제 운영이 이뤄지는지 정기적으로 실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