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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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선물 가격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가격이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다시 썼다. 브라질 등 커피 재배 강국의 기후 여건이 좋아 당분간 가격이 낮게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6일 미국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아라비카커피 선물(내년 3월물 기준) 가격은 파운드당 전일 대비 0.69% 하락한 1.5840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4.43% 하락한 데 이어 가격이 또 떨어지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한 달 전 가격인 지난달 17일 가격(1.9555달러)과 비교하면 19%, 지난 2월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2.5835달러)와 비교하면 38% 떨어졌다.

이날 CNN은 커피 가격이 최근 꾸준히 내려간 주요 이유로 커피 생산국의 날씨를 꼽았다. 커피는 날씨에 작황 영향이 큰 작물이다. 지난 8월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등 기후문제가 제기되면서 커피를 비롯한 식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커피는 해발 1000~2000미터 수준의 고원지대에서 자라 재배지가 제한적일뿐 아니라 고온다습에 취약하다.
한 달 새 19% '뚝' 떨어진 커피 가격…연중 최저 [원자재 포커스]
하지만 여름 때의 예상과는 달리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날씨는 온화했다. 네덜란드 은행인 라보뱅크의 캐를로스 메라 농산물시장 팀장은 "브라질의 (올해) 날씨가 지난 몇 년 동안보다 더 좋았다"며 "지난 9월에 시작된 우기도 잘 지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브라질에서 극심한 가뭄과 잦은 서리로 커피 생산량이 3분의 1가량 줄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브라질 당국은 내년 커피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최소 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커피 산지의 기후도 양호하다. 지난 10일 베트남 매체인 베트남넷에 따르면 지난 1~9월 베트남의 커피 수출액은 3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6% 늘었다. 베트남은 세계 2위 규모의 커피 생산국이다. 에스프레소로 마시는 커피 원두를 주로 생산한다. 판민통 푸신합작주식회사 회장은 "올 2022~2023수확연도의 베트남 커피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강세도 커피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커피처럼 달러 기준으로 측정되는 식자재의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외 지역의 농부들은 강달러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생산량을 늘릴 만한 동기부여도 충분하다. 선적 컨테이너 공급 부족 문제가 있지만 이는 운송이 약간 지연되는 수준의 영향에 불과하다는 게 라보뱅크의 설명이다.

CNN은 커피 선물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당분간 소비자들이 식료품 매장에서 접하는 커피 가격은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커피 원두 자체의 가격은 내려갔지만 인건비, 물류비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여전히 높게 형성되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식료품점의 커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다. 스타벅스도 이달 초 미국에서 커피 가격을 약 6% 인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