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콜라보라니 새롭다”
“진짜 생각지도 못한 콜라보인데,, 되게 신선하네요”
“신박하다 아이디어도 좋고 진짜 고퀄”
이마트24가 게임 검은사막과 협업해 연 팝업스토어에 긴 줄이 늘어섰다
이마트24가 게임 검은사막과 협업해 연 팝업스토어에 긴 줄이 늘어섰다
한국관광공사(관광공사)가 지난 6월 유튜브 채널에 올린 ‘가리비안의 해적’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온라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이 영상은 관광공사가 넥슨의 모바일 게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모바일)의 캐릭터를 접목 시켜 제작한 여수 관광 홍보물이다. 이 영상에는 던파모바일의 핵심 캐릭터 로터스가 여수 바다에 등장하고 돌문어잡이 선원들은 던파모바일 게임 속 캐릭터로 변신한다.

게임과 협업 마케팅이 성공전략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식품 유통 금융 제약 등 다양한 분야, 다양한 기업들이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을 공략 포인트로 ‘게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게임과 협업이 가장 활발한 것은 식품 유통업계이다. 디자인 활용, 협업 상품 출시, 팝업스토어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박재범 소주로 알려진 원소주는 엔씨소프트와 ‘원소주 클래식 리니지W’ 한정판을 지난 9월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온라인몰 판매 당일 완판됐다. 또한 협업 팝업스토어 ‘혈맹원’에서 4일간 1만5000병의 ‘원소주 클래식 리니지W’가 팔렸다. 혈맹원은 모바일게임 리니지W의 세계관을 체험하고 원소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젊은 세대들을 끌어모았다. 편의점 이마트24는 펄어비스의 게임 검은사막과 ‘24BLACK’ 팝업스토어를 서울 삼청동에 지난 6월 열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운영기간 2주 동안 1만4000명이 다녀갔다. 이마트24는 “해당 매장 매출은 팝업스토어로 변신 이후 전년 대비 101% 늘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삼각김밥 햄버거 등의 검은사막 협업 상품과 검은사막 굿즈도 판매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넥슨과 협업한 여수홍보영상   출처: 유튜브 화면 캡쳐
한국관광공사가 넥슨과 협업한 여수홍보영상 출처: 유튜브 화면 캡쳐
편의점 CU가 선보인 ‘쿠키런:킹덤 빵’은 출시 9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1200만개 넘어섰다. 쿠키런빵 흥행 열풍은 20대~30대 주도했다. CU는 구매자의 60% 이상이 20~30라고 밝혔다.캐릭터 스티커를 수집하는 ‘띠부실 열풍’과 맞물려 게임 캐릭터 빵은 잇달아 대박을 터트렸다. 편의점 GS25의 메이플빵도 지난 8월 나오자마자 품절대란을 일으켰다. GS25에 따르면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 스티커가 동봉된 제품은 출시 18일 만에 100만개가 팔렸다. 메이플스토리 게임 이용자로 알려진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이 메이플빵을 사기 위해 여러 곳의 편의점을 일일이 돌았다녔다는 ‘발품’ 인증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메이플빵 흥행에 힘입어 넥슨 메타버스 플랫폼에 GS리테일 대표 브랜드를 가상체험할 수 있는 ‘우리동네 GS월드’를 지난달 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1.3% 급증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손쉽게 이용하기 쉬운 모바일게임에서 신규 이용자가 많이 늘었다. 코로나 시기 괄목할 만하게 덩치가 커진 게임 시장은 과거 10년 동안에도 꾸준히 높은 성장세 보여왔다. 게임 산업의 파워가 커지는 데다 게임 이용자의 다수인 20~30대가 새로운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게임을 젊은 세대와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강원 강릉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LCK 서머 2022 결승전 모습. 관객석이 꽉 들어찼다. JW중외제약은 LCK 공식 후원사이다.  연합뉴스
지난 8월 강원 강릉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LCK 서머 2022 결승전 모습. 관객석이 꽉 들어찼다. JW중외제약은 LCK 공식 후원사이다. 연합뉴스
제약회사도 이런 협업 대열에 합류했다. 젊은 세대가 즐기는 e스포츠를 후원하면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에 기업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JW중외제약은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공식 후원을 맺었다. LCK는 세계 최대 e스포츠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한국 프로 리그로 글로벌 4대 리그에 속한다. LCK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독어, 불어, 이탈리아어 등 총 8개 언어로 중계된다. 경기장과 경기 방송을 통해 JW중외제약 로고와 제품이 세계 곳곳의 게임 이용자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1만명의 관람객이 몰린 지난 8월 LCK 결승전 행사장에서 JW중외제약은 인공눈물 프렌즈 아이드롭 홍보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수지 음료수' 비타 500으로 유명한 광동제약은 e스포츠 게임단 ‘아프리카 프릭스’와 네이밍 스포서십을 지난해 체결했다. 올해부터 게임단 이름을 ‘광동 프릭스’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MZ세대와 밀착관계 형성에 나섰다.

은행들은 젊은 세대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e스포츠 대회를 직접 열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고등학생 대상 ‘우리WON뱅킹 고등LoL(리그오브레전드) 리그’ 연내 열 예정이다. 2019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LoL) 리그를 후원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고등학생 대회를 개최하고 미래 고객층인 10대 청소년들 공략에 나섰다. 미래 고객 확보에 공들이는 하나은행도 ‘하나원큐 집롤대회’를 연다. 올해로 3회째. 총상금 4400만원 규모의 아마추어 오픈 토너먼트 대회와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식품산업통계정보는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과 기업의 협업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게임이 보유한 이용자와 팬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게임회사는 게임을 즐기는 않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게임을 알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게임과 협업에 나선 기업들은 수익창출과 홍보라는 '윈윈 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미영 기자 lmy8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