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아믈랭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캐나다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아믈랭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쇼팽과 라벨은 완벽주의자들입니다. 악보에 쓸데없는 음표가 하나도 없어요. 모든 음표가 반드시 있어야 할 자리에 정확히 들어가 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만난 캐나다 피아니스트 사를 리샤르-아믈랭(22)은 두 번째 내한 독주회에서 연주할 쇼팽과 라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프렐류드(1913)’, ‘쿠프랭의 무덤‘, 쇼팽의 ’24개의 프렐류드’를 연주한다.

리샤르-아믈랭은 조성진이 우승한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 및 최고의 소나타를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서울은 네 번째 방문입니다. 8년 전 서울 국제 콩쿠르(3등 수상) 참가를 위해 왔었고, 2016년에는 조성진 등과 함께 쇼팽 콩쿠르 입상자 투어를 했었는데 너무나 즐거웠고, 분위기가 좋았어요. 한국은 언제나 오고 싶고, 연주하고 싶은 곳입니다.”

2018년 첫 내한 독주회에서는 쇼팽 곡만으로 구성된 ‘올 어바웃 쇼팽’ 프로그램을 선보였다면, 이번 독주회에서는 1부 프로그램을 라벨 곡으로 채웠다. “제가 좋아하는 작곡가인 라벨 작품을 한국 팬들께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첫 곡인 파반느는 멜로디가 아름다워 공연을 열기에 좋은 곡이고, 프렐류드(1913)는 작곡가의 초기와 중기를 잘 연결하는 작품입니다. ‘쿠프랭의 무덤’은 바로크 음악의 선법과 화성, 장식음이 라벨 특유의 논리와 리듬으로 어우러집니다. 바로크와 중세풍이지만 모던한 요소가 강합니다. 작곡가가 트럭 운전사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시기에 쓴 곡인데도 음악은 밝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2부에서는 쇼팽의 24개 프렐류드 전곡을 들려준다. “쇼팽은 뭐랄까, 음악회에서 연주해야 할 의무감이 들어서요. 하하. ‘24개 프렐류드’는 낭만적이지만 선율 자체는 절제한 느낌입니다. 규모가 작은 곡들이지만 감정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전곡 연주는 연주자에게도 청중에게도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쇼팽도 음악회장에서 24곡을 다 연주한 적은 없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인생이 다 담긴 듯한 전곡을 한 번에 다 들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리샤르-아믈랭는 쇼팽 콩쿠르 이외에도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2위 등 다양한 콩쿠르 출전을 통해 경력을 쌓아온 연주자다. “저는 캐나다 시골 출신인데, 그곳에서는 음악계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었어요. 젊은 연주자들의 능력을 알리고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콩쿠르가 유일하다시피 했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연주자들에게는 콩쿠르 출전이 가장 좋은 길이죠.”

최근 각종 국제 콩쿠르 무대에서 한국인 연주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국 젊은 연주자들에게 해줄 조언은 없을까. “한국인 연주자들 엄청나죠. 조언은커녕 임윤찬에게 한 수 배웠으면 좋겠네요. 하하. 다만 어린 연주자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음악을 하는 마음가짐을 올바로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지 큰 무대에서 연주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면 부족하죠.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서 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리샤르-아믈랭은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필하모니코리아 창단연주회 무대에도 오른다. 필하모니코리아는 공연기획사 더브릿지컴퍼니(대표 윤동진)이 창단한 신생 오케스트라다. 리샤르-아믈랭은 이날 지중배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코리아와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한다. “유머러스하고 재즈 느낌도 나면서, 진지하고 깊이도 있는, 음악적으로 배치가 완벽한 작품입니다. 제가 무대에서 가장 처음 연주한 ‘어려운 협주곡‘이이자 어릴 때부터 들었고, 좋아해온 곡을 한국에서 연주하게 돼 정말 기쁩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