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패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 대척점에 있다고 평가받는 패스트 패션(SPA) 브랜드라고 해서 고전하는 건 아니다. SPA 매출 역시 고공행진하고 있다. 경기가 둔화하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시하는 소비자 수요가 몰린 덕이다.

"환경파괴" 비난 화살에도…SPA 브랜드 여전히 인기
1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SPA 브랜드의 올해 연간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은 대부분 두 자릿수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 금융투자 시장 불안 등의 요인으로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가성비가 뛰어난 SPA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외출이 활발해진 것도 SPA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 중 하나다.

‘탑텐’을 판매하는 신성통상의 지난 7~9월 매출은 3550억원으로, 전년 동기(2873억원) 대비 23.6%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50억원에서 26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업계에서는 신성통상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스파오’를 선보이는 이랜드월드 매출은 약 25%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SPA 브랜드 중 후발 주자로 분류되는 무신사의 ‘무신사 스탠다드’ 성장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1~10월 무신사 스탠다드의 바지(46.6%), 티셔츠(50.6%), 데님(120.4%) 제품의 누적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불어났다. 무신사 스탠다드 여성복 라인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두 배 늘었다. SPA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몰리다 보니 코로나19 등으로 타격을 받은 글로벌 SPA 브랜드의 국내 실적 역시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디. ‘자라’의 국내 법인 자라리테일코리아의 지난 회계연도(2021년 2월~2022년 1월) 매출은 전년 대비 21.0% 증가한 3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6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H&M’을 파는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의 지난 회계연도(2020년 12월~2021년 11월) 매출은 전년 대비 12.3% 늘어난 2995억원이다. 영업이익도 92억원으로 전년보다 25.7% 불어났다.

SPA의 인기는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저렴한 옷을 사서 상품평을 올리는 일종의 인증샷 놀이 ‘쉬인(SHEIN) 하울’이 유행하기도 했다.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SPA 브랜드 쉬인에서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한 뒤 상품평을 올리고, 소비자들끼리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다. 쉬인은 매일 9000여 개씩 쏟아지는 새 디자인의 제품을 1만원에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내에서도 구매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SPA 브랜드 관계자는 “신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이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친환경 의류만 살 수는 없다”며 “디자인에 제한이 있고, 가격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는 SPA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