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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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지 않은 여중생과 억지로 성관계를 한 남자 고교생이 학교폭력(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유형) 징계를 받아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17일 인천지법 행정1-3부(부장 고승일)는 고교생 A군이 인천시 모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징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군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할 것을 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군은 지난해 7월 중학생 B양과 성관계를 가졌다. 다음날 B양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 좀 무섭다. 억지로 또 관계할까 봐"라고 하자 A군은 "이번에는 진짜 안 그럴 거야. 맹세할게"라고 답한 내역도 있었다.

1개월여 뒤, B양은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에 학교폭력으로 A군을 신고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관할 교육지원청은 A군 고교를 담당하는 교육지원청과 함께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진행했다.

두 교육지원청은 A군과 B양이 주고받은 SNS 대화 등을 토대로 "당시 성관계가 B양의 의사에 반해 이뤄져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A군에게는 출석정지 5일과 특별교육 10시간을 통보했다. A군은 "억울하다"며 인천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열었다.

그는 소송에서 "B양이 동의한 상태에서 성관계했다"며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성폭행을 한 사실이 없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생 신분으로 농도 짙은 성적 행위를 한 부분은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잘못된 성 관념을 고치고 건전한 의식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A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한 성관계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행위이고 학교폭력의 한 유형인 성폭행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해 학생은 (징계) 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징계 처분 사유와 부합한 진술을 했다"며 "A군의 일방적인 성관계 요구를 적극적으로 거절하지 못한 피해 학생의 사유도 납득하지 못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A군과 B양이 성관계 후 나눈 SNS 대화를 보면 피해 학생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피해 학생이 거짓 진술을 할 특별한 동기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군은 피해 학생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하고도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