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 절반가량이 상속세 폐지에 찬성한 것은 그만큼 과도하고 비합리적인 ‘징벌적 과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여기에 기업을 승계하려면 최대주주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 과세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 규정에 따라 최고세율은 60%까지 확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 세수 비중은 2020년 기준 0.5%로 OECD 평균(0.2%)의 2.5배에 달한다는 점만 봐도 얼마나 중(重)과세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미 소득세를 지불한 재산에 상속을 이유로 다시 세금을 물리는 이중과세 체계는 또 다른 문제다.

상속세 완화는 세계적 추세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 시 상속세 부담이 없는 나라가 19개국이고, 10개국은 세율을 인하했다.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과 연속성을 저해해 투자와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과도한 상속세 폐해가 실효성 없는 상속공제제도와 맞물려 기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징벌적 세제를 고수하는 것은 배 아픈 건 못 참는 국민 정서에 편승하려는 정치 탓 아닌가. 상속세율이 70%에 달하던 스웨덴이 2005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상속인이 재산을 매각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이익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하자 세수와 일자리가 늘고 지역경제가 발전한 사실을 거울삼아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피상속인의 유산 자체를 대상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를 상속인 개개인이 물려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유산취득세 제도로 바뀌면 상속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개선이 아니라 개혁이 필요한 때다. 상속세의 단계별 폐지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