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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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전문직 종사자 김모 씨(36)는 올 연말 가족 외식을 하려고 호텔 뷔페를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부모와 남매들까지 모두 7명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려니 비용이 무려 130만원에 육박했다. 비싼 가격에 망설였지만 좋은 곳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예약을 하려다가 또 한 번 놀랐다. 이미 12월 저녁 시간대나 주말 식사 예약은 인원이 다 차 대기도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 그는 "서울 시내 호텔 식당 대여섯군데 더 예약 문의 해봤지만 한 군데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말 외식 성수기를 맞은 호텔들이 뷔페 가격을 많게는 20~30%가량 인상해 인당 20만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대부분 예약이 꽉 찬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 소비가 유행하면서 외식업계에서도 명품 열풍과 유사한 파인다이닝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호텔 ‘더 파크뷰’는 평일 저녁 가격을 15만5000원에서 12월 1~11일 17만5000원, 12월 12~31일 18만5000원으로 올린다. 롯데호텔 라세느도 12월 한 달간 평일 저녁 가격을 15만원에서 18만원으로 인상한다. 12월23~25일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특별 메뉴들로 구성해 점심·저녁 구분 없이 모두 19만원을 받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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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틴 조선호텔 ‘아리아’ 역시 13만5000원에 운영되던 가격을 17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포시즌스호텔 더마켓키친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까지 저녁 가격을 16만5000원으로 인상한다. 기존 가격은 평일 저녁 13만9000원, 주말 저녁 14만9000원이었다. 연말 크리스마스 등의 연휴 시기인 12월24~25일, 12월31일과 내년 1월1일에는 점심·저녁 모두 17만5000원으로 올렸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그랜드키친 또한 저녁 가격을 12월 기존 14만5000원에서 16만5000원으로 인상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인 12월 23~25일과 12월31일은 점심·저녁 모두 18만5000원으로 올려 받기로 했다.

이같이 껑충 뛴 가격에도 신라호텔 파크뷰, 롯데호텔 라세느, 조선호텔 아리아, 조선팰리스 콘스탄스 등 주요 특급호텔 뷔페는 연말까지 평일 저녁과 주말 등 예약이 마감됐다. 토요일인 크리스마스 이브 등 원하는 날짜에는 앞선 예약자가 신청을 취소할 경우 대기를 걸어놓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예약이 몰렸다. 일부 호텔들은 매월 딱 하루만 예약을 받는데 1~2분 만에 수백~수천통씩 전화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한 호텔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 역시 예약 취소 등으로 자리가 나면 입장하겠다는 대기자만 수십 명"이라고 전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의 뷔페 매장 더파크뷰. /한경DB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의 뷔페 매장 더파크뷰. /한경DB
경기 분당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 씨(35)도 12월 어머니 생신을 맞아 가족들과 특급호텔 뷔페를 예약하려 3곳에 전화를 수백통 걸었다고 했다. 겨우 연결은 됐지만 창가 좌석이나 개별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룸 등 선호하는 좌석에선 식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 씨는 “겨우 한 곳에서 평일 저녁시간 손님들 선호도가 낮은 자리에 대기를 걸 수 있다고 해 울며 겨자먹기로 예약 신청을 했다. 마음먹고 돈을 쓰려 해도 가기 어렵다”며 씁쓸해했다.

호텔업계는 이 같은 가격 인상은 물가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 고급 호텔 관계자는 “원재료 물가가 워낙 올라 품질 유지를 위해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고객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크리스마스 특별 메뉴나 다양한 서비스 등을 추가하는 등 식사의 질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