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퇴직, 너만 믿는다…1억 몰빵 40대 직장인의 베팅

“테슬라는 8~10년 뒤 시가총액 4.5조달러(약 6223조원)가 될 것입니다”

론 바론 바론캐피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바론은 테슬라 초기 투자자로 막대한 돈을 벌면서 유명해졌습니다. 2014~2016년 테슬라에 집중투자 했고 3억8700만달러어치(약 5350억원) 주식을 매집했습니다. 당시 평균단가는 14달러(2회 주식분할 기준). 중간에 일부 팔긴 했지만, 현재까지 40억달러(약 5조5200억원)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론이 제시한 10년 뒤 4.5조달러 시총은 현재 테슬라 가치(5784억달러·지난 17일 종가 기준)의 8배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테슬라는 이미 미국 시가총액 6위의 대기업입니다. 중소기업이 8배 성장하는 것과 대기업이 8배 성장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바론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머스크가 약속한 대로) 테슬라가 5만달러 차량을 매년 2000만대 팔면 매출은 연 1조달러입니다. 테슬라의 영업이익률 30%를 적용하면 영업이익은 3000억달러입니다. 여기에 15배의 멀티플을 부여하면 4.5조달러의 가치가 됩니다. 자율주행과 로봇, 배터리는 포함하지 않은 계산입니다”

바론의 장밋빛 전망엔 많은 이견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올해 130만여대 팔 것으로 전망되는 테슬라가 10년 뒤 2000만대를 팔 수 있을지, 영업이익률 30%를 계속 유지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공언대로 자율주행이 큰 성공을 거둬 이보다 더 큰 가치를 이룰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론과 머스크 모두 장기적인 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이들이 테슬라 주식을 긴 안목으로 투자하라고 권하는 이유입니다.

론 바론 바론캐피털 그룹 회장 겸 CEO가 지난 4일 뉴욕에서 열린 바론 투자 컨퍼런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AP

ETF로 테슬라 투자하려면

주식은 그러나 변동성이 큰 투자 상품입니다. 장기 투자가 쉽지 않습니다. 테슬라처럼 주가의 부침이 심한 성장주는 최근 같은 하락장에서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최근 연초 대비 50%가량 하락했습니다.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등의 대가들이 투자의 주요 요건으로 ‘인내’를 꼽은 이유입니다.

주식의 변동성을 줄이면서 오랜 기간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ETF(상장지수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ETF는 추종 지수에 편입된 여러 종목을 저렴하고 손쉽게 분산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일반 펀드에 비해 운용 보수가 낮아 장기 투자에 적합합니다. 특히 국내 ETF라면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투자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테슬라를 국내 ETF로 투자할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미국 주식 투자 열풍과 함께 인기를 끈 나스닥 지수 ETF가 간접적으로 테슬라에 투자합니다. 지난해 1월~올해 3월까지 개인 투자자 ETF 순매수 6위였던 ‘TIGER 미국나스닥100’의 경우 테슬라 비중이 약 3.23%(지난 17일 기준)입니다. 테슬라 비중은 작지만 그만큼 분산투자가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테슬라 비중이 좀 더 큰 국내 ETF는 어떤 게 있을까요. 여기서부턴 지수형이 아닌 액티브 ETF를 찾아야 합니다. △KODEX 미국FANG플러스(H) (6.39%)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7.21%)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19.6%) 등이 테슬라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테슬라 단일 종목 ETF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 비중도 성에 차지 않는 ‘테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투자자들을 위해 조만간 새로운 ETF 상품이 출시됩니다. 바로 ‘단일 종목 ETF’입니다. 삼성·미래에셋 등 4개 자산운용사는 이달 중 단일 종목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합니다. 이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테슬라를 주요 종목으로 하는 ETF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단일 종목 ETF는 주식 1종목과 나머지를 채권으로 구성한 ‘혼합형 ETF’입니다. 기존 혼합형 ETF는 최소 주식 10종목과 채권 10종목 이상을 편입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최근 금융투자업 규정 완화로 ‘주식 채권 구분 없이’ 총 10종 이상으로 바뀌었습니다. 특정 종목의 비중은 최대 30%까지 가능합니다. 즉 ‘테슬라 ETF’는 자산의 30%를 테슬라에 투자하고 나머지 70%를 채권으로 채우게 됩니다. 채권 비중이 높은 만큼 테슬라 주식보다 변동성은 낮아집니다.

이 상품은 앞서 말했듯 연금계좌 투자에 활용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안전자산을 30% 이상 반드시 담아야 하는 퇴직연금(IRP‧DC)이 그렇습니다. 주식 비중 30% 이하인 테슬라 ETF는 연금계좌의 안전자산으로 분류됩니다. 공격형 투자자라면 이러한 단일 종목 ETF를 편입해 연금계좌 내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 79%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해지에 따른 비용이 매우 큽니다. ‘강제 저축‧강제 투자’의 효과가 있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장기 투자자 바론처럼 긴 시간을 견뎌내긴 어렵습니다. 조만간 써야 할 돈을 투자했는데 손실이 났다면 원금 생각이 간절한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투자한다면 ‘손절’ 유혹에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습니다. 당장 쓸 수 없는 여윳돈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람’의 연금계좌 포트폴리오

중소기업에 다니는 4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현재 월 수입이 350만원 정도입니다. 20년 가까이 일한 결과 수도권에 내 집 마련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10여년 뒤면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데 집을 사고 대출을 갚느라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습니다. 이대로 준비 없이 노후를 맞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A씨는 테슬라의 장기 비전을 믿는 ‘테슬람’입니다. 그는 테슬라가 2030년 이후 애플과 아람코를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씨의 퇴직연금 계좌엔 현재 1억원가량이 있습니다. 테슬라 ETF가 나온다면 이를 활용해 연금계좌 포트폴리오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A씨가 생각한 첫 번째 포트폴리오는 테슬라 ETF에 1억원 ‘올인’입니다. ‘테슬람’인 그는 다른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딱히 없습니다. 그러나 주식 비중이 30%밖에 안 된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바론의 주장처럼 10년 뒤 테슬라 주가가 8배 오른다고 해도 그의 연금계좌 기대수익률은 140%(테슬라)+α(채권투자 수익)입니다. 공격형 투자자인 그에겐 다소 아쉬운 성적입니다. 다만 채권 비중이 큰 만큼 안정성은 높아집니다.

테슬라가 지난 4월 개장한 공장인 기가 텍사스에서 직원들이 모델Y 누적 생산 2만대를 축하하고 있다. 테슬라는 첫 1만대를 생산하는 데 108일, 두 번째 1만대를 생산하는 데 43일이 걸렸다고 밝혔다. /사진=테슬라 트위터

두 번째 포트폴리오는 미국증시 지수 투자와 테슬라 ETF를 함께 가져가는 것입니다. 나스닥 상위 100대 종목을 담은 ‘TIGER 미국나스닥100’을 70%, 테슬라 ETF를 30% 투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이 79%에 달하는 매우 공격적인 구성입니다. 다만 실제 테슬라 투자 비중은 약 11% 정도로 줄어듭니다. ‘TIGER 미국나스닥100’과 비슷한 미국 ETF인 QQQ(Invesco QQQ Trust)의 지난 10년 연 평균 수익률(CAGR)은 16.6%입니다.

세 번째 포트폴리오는 주식과 테슬라 비중을 모두 높이는 방법입니다. 액티브 ETF인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50%, 테슬라 ETF 50%를 담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씨는 테슬라 주식 24.5%, 테슬라 제외 해외주식 40.5%, 채권 21%를 투자하게 됩니다. 나스닥지수 ETF보다 테슬라 비중이 두 배가 넘는 구성입니다. 다만 액티브 ETF이기 때문에 향후 테슬라 비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변동성도 지수형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글로벌플랫폼액티브가 환헤지형 상품이기 때문에 강달러 시기엔 손해를 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테슬람’ A씨의 세 가지 포트폴리오는 일반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테슬라가 만약 실패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연금계좌에 주식 60%, 채권 40% 정도로 구성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신의 성향이 보수적이라면 채권 비중을 더 높여야 합니다.

자율주행 모드로 운전 중인 테슬라 모델S 플래드의 실내 모습. /사진=evamcmillan333 트위터

‘혁신가’ 머스크를 믿는다면

테슬라 ETF가 출시되면 테슬라 주주들 사이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주가가 연초 대비 반토막이 난 상황에도 여전히 ‘투심’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 16일 아시아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이달 들어 테슬라 주식 2억4100만달러(약 3170억원)어치를 사들여 순매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저가매수 기회로 본 겁니다. 이들 ‘테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있는 걸까요.

지난 4일 바론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머스크는 한 노신사에게 질문을 받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고점에서 40% 하락했고 순이익의 70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전기차를 생산한 벤츠는 PER 6배입니다. 왜 벤츠 대신 테슬라에 투자해야 할까요?” 고PER 기업인 테슬라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입니다.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테슬라를 투자하라고 권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를 무시하고 계속 주식을 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자율주행은 이 문제의 근본적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그 누구도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테슬라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자동차는 앞으로 동일한 비용으로 5배 유용하게 쓰일 겁니다. 그 미래를 현재의 가치로 계산해보면 엄청납니다. 테슬라엔 옵티머스 로봇도 있습니다. 인간형 로봇으로 더 이상 노동력의 제약이 없어진다면 그 성장을 제한할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 혁신가는 다짐하듯 덧붙였습니다. “이 일은 반드시 일어날 겁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10년 뒤 퇴직, 너만 믿는다"…'1억 몰빵' 40대 직장인의 베팅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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