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 거란 전망에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자 설탕 가격도 하락했다. 에탄올 가격이 떨어지며 바이오연료의 주 재료인 사탕수수 가격이 하루새 2% 빠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SE)에서 설탕 선물 가격(내년 3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파운드당 54센트(2.66%) 하락하며 19.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달 새 설탕가격이 최저치를 찍었다. 영국 런던ICE거래소에선 설탕 선물(3월물)이 파운드당 2.06% 떨어졌다.
국제 유가 하락에 설탕가격도 하루새 2% 하락 [원자재 포커스]
유가 하락의 여파다. 국제 유가가 이날 4%씩 추락하자 에탄올 수요가 축소됐다. 금융조사업체 바차트에 따르면 유가 하락으로 에탄올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이 떄문에 설탕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 제당업계에선 에탄올의 주 재료인 사탕수수를 설탕 생산용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헤알화 약세도 설탕 가격을 끌어 내렸다. 이날 달러 대비 헤알화는 5.42헤알을 기록했다. 10개월 연속 헤알화 가치가 하락했다. 헤알화 약세가 지속되자 브라질 제당업계에선 수출 동기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 설탕 생산량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브라질의 최대 제당업체인 유니카는 2022~2023년 브라질 중남부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3.1% 감소한 3028만t을 기록할 거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설탕 생산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설탕기구(ISO)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5.5% 증가한 1억 8210만t을 기록할 거라고 내다봤다. 역대 최고치다.

브라질 내 에너지 가격이 변수로 꼽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부터 브라질 연료가격 상한제를 해제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물가 상승 우려가 증폭됐다. 에너지 가격이 다시 강세로 돌아서면 제당업체가 설탕 대신 에탄올을 생산하며 설탕 공급이 감소할 거란 해석이다.

설탕 최대 생산국 중 하나인 인도에선 설탕 수출 제한할 방침이다. 17일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당국은 올해 설탕을 약 350만t 수출할 예정이다. 이 중 200만t은 지난달까지 출하됐다. 내년 5월말까지는 총 600만t의 설탕을 수출하도록 제한을 걸었다. 블룸버그의 수출제한 전망치인 800만t을 밑도는 수치다. 인도제당협회(ISMA)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미 체결된 설탕 수출 계약 물량은 약 350만t에 달한다.

공급의 불확실성과 수출 제한 정책에 유럽연합(EU)가 고통받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지난 여름동안 유럽에서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서다. 사탕수수 수확량이 전년 대비 급감했고, 설탕 생산량도 위축됐다.

글로벌 원자재 트레이딩업체 크자니코프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의 설탕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00만t 줄어든 1640만t을 기록할 것”이라며 “유럽 각국이 설탕 수입량을 평년보다 늘려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