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6%대 금리를 내건 저축은행 예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창구 모습. /한경DB
연 5~6%대 금리를 내건 저축은행 예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창구 모습. /한경DB
“바로 전날 창구에서 연 6.5% 금리 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다음날 해지했어요. 알고 보니 우리보다 규모가 큰 저축은행이 금리를 올리자 그쪽으로 갈아탔더라고요.”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평균 연 5%대 중반까지 높였지만 자금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내건 예·적금 상품을 찾아 수시로 옮겨 다니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유목민(nomad)에 빗대 이른바 ‘금리 노마드족’이라 부른다.

똑똑해진 예·적금 가입자들 … 비대면으로 쉽게 ‘환승’

금융회사는 크게 1금융권과 2금융권으로 나눌 수 있다. 1금융권은 은행이고 2금융권은 저축은행,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등 은행을 뺀 나머지 업체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고 안정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높다는 특성이 있다. 이름이 ‘OO은행’이면 1금융권, ‘OO저축은행’이면 2금융권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단숨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두 번 연속 단행한 이후 저축은행들은 최고 6%대 중반에 이르는 특판 예·적금을 쏟아냈다. 10년 전에나 볼 수 있던 고금리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특판을 시작한 저축은행마다 수천억 원의 자금이 몰려들어 하루이틀 만에 마감하는 일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끌어모아도 경쟁사가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저축은행들은 자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예금이 다른 업권에서 유입되는 게 아니라 저축은행 안에서 돌고 도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경영하고 있는데도 하루 사이에 이렇게 큰 금액이 오락가락하는 현상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금리 노마드족의 기세가 강해진 것은 ‘디지털의 힘’ 덕분이다.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지역 주민끼리 입소문으로 공유했던 고금리 특판 소식이 전국에 금세 전파된다는 것이다. 창구에 가지 않아도 웬만한 금융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가 보편화된 점도 금리 노마드족에 날개를 달아줬다.

저축은행은 울상 “자금 조달 비용 늘어나”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국경제신문 기자
1금융권은 채권 발행 등 다른 방식으로도 자금을 조달하지만, 저축은행은 수신(受信)에 의존하기 때문에 은행보다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수신금리가 지나치게 높으면 저축은행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2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저축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자금 조달 경쟁이 더해지면 조만간 연 7% 예금도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적금 금리 상승은 소비자에게 희소식이지만 금융회사로서는 대출 재원을 조달하는 비용이 비싸진다는 뜻이 된다. 결국 대출 금리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