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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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에 투자하는 시리즈펀드의 ‘사모펀드 쪼개기’ 논란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이 벌인 소송전 2라운드 결론이 조만간 나온다. 같은 날 같은 회차로 발행된 회사채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의 투자자가 다 합쳐 50명이 넘으면, 이 펀드들을 공모펀드로 봐야할 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1심에서 승소한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이 또 이기면 이 같은 펀드 설정방식이 적법하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전 대표이사인 A씨에 과징금 1460만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한 판결에 불복해 전 증선위원장인 B씨가 제기한 항소심에 대해 오는 23일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지난 9월 28일 마지막 변론기일을 열고 원고와 피고 양측 입장을 들었다.

이번 사건은 금융당국이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이 설정해 판매한 회사채 시리즈펀드의 투자자 모집방식을 문제삼으면서 비롯됐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현대중공업(114-2), 금호석유화학(149), 대한항공(70), 한화건설(88) 등이 같은 날 발행한 회사채를 여러 개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했다. 현대중공업 회사채를 예로 들면 투자자 36명으로 이뤄진 펀드가 현대중공업114-2를 담고, 며칠 후 투자자 17명이 참여한 또 다른 펀드가 현대중공업114-2에 투자하는 식이다.

증권선물위원회은 이 같은 모집방식을 50인 미만의 투자자로 구성된 여러 개별 펀드로 같은 종류의 상품에 투자하는 이른바 ‘사모펀드 쪼개기’로 보고 2020년 7월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이사였던 A씨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실질적으로는 똑같은 회사채에 50명이 넘게 투자했기 때문에 이 시리즈펀드는 공모로 봐야하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증권신고서 제출 등 자본시장법상 공모펀드 모집에 관한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증선위의 판단이었다.

A씨를 비롯한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측은 “똑같은 회사채를 담았지만 각 시리즈펀드의 수익증권이 모두 같은 종류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하며 그 해 9월 과징금 부과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펀드별로 회사채 매입 시기와 가격이 다르고 펀드 설정일, 운용보수, 이익분배 방식 등도 다 다르다”며 “개별 펀드의 투자자가 모두 50인 미만이기 때문에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도 A씨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같은 시리즈에 속했더라도 개별 펀드의 판매수수료와 운용보수가 서로 다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증권을 발행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는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이 나오면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같은 시리즈펀드 설정방식이 합법이라는 인식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판결이 뒤집히면 사모 시리즈펀드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 잣대가 생길 것이란 의견이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시리즈펀드 설정방식에 대한 기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