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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고금리가 부를 경기침체…침체 견디고 승자될 기업 찾을 것"
"인플레이션 높은 수준 유지 전망…자동차·백화점株 등 피해야"
"경기침체가 오면 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됩니다. 당장 내년 기대 수익률은 높을 수 없겠지만, 침체기 동안 승자의 지위를 굳혀간 기업에 집중해 나가려고 합니다."

박선영 스팍스자산운용 운용본부장(CIO·사진)은 내년도에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재무여력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란 판단이다. 또 높은 금리 수준에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자동차나 임의소비재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한경 마켓PRO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박 본부장을 만나 현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과 내년도 시장 전망에 대해 물었다.

▶올해도 이제 한 달 반 남았습니다. 올해 시장을 어떻게 회고하십니까?
"역시 어려운 장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강하게 상승할 거라곤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그랬듯 저 역시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이후 빚어진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경제 논리보단 정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기술안보 차원에서 원가가 비싼 미국에서 오히려 제조업을 부흥시킨다든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통제한다든지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안정되지 못했습니다."

▶운용하는 입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기업실적보다는 매크로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바텀업 투자가 어려웠던 점입니다. 경기가 계속 어려워지다 보니까 지금 나온 실적이 좋고 주식도 싸 보여도,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 금방 실적이 나빠지고 주식이 비싸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적에 반응을 안한 것이지요."

▶작년 하반기 인터뷰에선 친환경 관련주와 디지털포메이션(디지털 전환) 관련주가 장기간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하셨습니다. 다만 올해 해당주들의 성적은 좋지 않은데,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친환경 관련주의 경우엔 지금 투자가 이뤄진다고 해도 당장 에너지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어려운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그렇다 보니 에너지 공급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석유 등 기존 에너지에 비해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재생 투자가 확대되는 기조는 변함이 없고 특히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태양광 설치는 더욱 더 많아질 겁니다. 디지털포메이션의 경우 큰 기조는 변화가 없었으나 금리가 워낙 오르다 보니 밸류에이션이 문제가 됐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R) 20배도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된 겁니다."

▶향후 시장을 지배할 테마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년 경기침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오면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의 격차가 벌어지고,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게 돼 있습니다. 경기침체와 증시 부진이 어느정도 이어질 지는 알 수 없으나, 경쟁자들이 어려워져서 더 큰 기회를 맞을 수 있는 기업을 찾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우량 기업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우선 재무여력이 좋아야 합니다. 금리가 많이 오르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업종 내 경쟁력이 좋은 기업이 선호됩니다. 전체 수요가 줄어들었을 때 1등기업이 뺏기는 수요보다 나머지 기업들이 뺏기는 수요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시장이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이제 꺾인다고 보십니까?
"지금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 중 상당수가 구조적 요인에 기반한다고 보기 때문에 피크아웃은 하더라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가나 식량 같은 부분들은 지정학적 이슈와 연관돼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근원 인플레이션은 크게 내리지 않았고요. 국제 밀값만 보더라도 상반기 대비 하락폭이 크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쟁 때문에 파종도 적게 이뤄져서 내년 수확량이 적을 수도 있고요. 앞으로 나오는 물가지수가 계속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큰 폭으로 쭉쭉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찔끔찔끔 내려간다면 시장이 다시금 물가수준을 부담스럽게 생각할 것으로 봅니다."

▶업종 별로 보면 내년 어떤 업종이 가장 유망해 보입니까?
"반도체입니다. 단기적으로 시황이 어려워보이지만 투자가 에상보다 빨리 위축되는 분야라서 바닥도 빨리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 패권경쟁의 핵심에 해당하는 분야인 것도 긍정적입니다. 이밖에 산업 내에서는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향상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소재와 장비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이와 관련된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야 할 업종이나 종목이 있다면요?
"내년 가계소비가 침체될 것은 각오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유난히 가계부채가 많은데 금리가 상승하면서 소비가 위축될 겁니다. 따라서 금융에 의존해서 소비해야 하는 품목들, 예를 들어 할부로 사는 자동차나 빚을 내 사는 주택 관련 종목들에선 피해 있으려 합니다. 2차전지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기차 판매량이 더 확대되려면 소득이 적은 사람도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가격이 낮은 전기차가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리튬가격이 계속 올라서 배터리값도 비싸고 판매량이 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분기 백화점업종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소비양극화에 기반해 임의소비재의 소비는 앞으로도 견조할 것이란 시각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사치재를 변함없이 소비할 수 있는 층은 한정돼 있는데 최근 몇 년간은 젊은 층 사이에서 명품 바람이 불면서 추가로 수요가 붙어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 원래 소비했던 물건을 더 저렴한 물건으로 갈아타는 게 이미 사회현상이 됐습니다. 한국도 마트표 반값치킨, PB상품 등이 유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걸로 봅니다. 당장 백화점 실적이 견조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가계 소비 침체의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