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미·중·일 등 역내 주요국 정상과 회담하는 '외교 슈퍼위크'를 보냈음에도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29%로 집계됐다. 국정수행 부정평가도 지난 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61%였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을 지지하는 이유로는 '외교'가 12%로 가장 높았다. 지난주보다 10%포인트 오른 수치다. 윤 대통령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일본·중국 등 역내 주요국과 정상회담을 한 결과로 해석된다. '전반적으로 잘 한다(10%)', '열심히 한다/최선을 다 한다(9%)' 등이 뒤를 이었다.

국정 수행 부정 요인으로도 '외교(9%)'가 가장 높았다. 전주 대비 3%포인트 올랐다. 이 외에도 지난 주보다 3%포인트 오른 부정 평가 원인으로 '독단적/일방적(6%)', '언론 탄압/MBC 기자 탑승 배제(3%)'가 있었다.

전날 전국지표조사(NBS)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추이가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사가 지난 14∼16일 성인남녀 1007명을 공동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전보다 2%포인트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2%포인트 오른 62%였다.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고생많았다"고 말했다.
NBS 조사 결과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가 '왜곡·편파 보도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응답자 비율은 28%, '취재 기회를 박탈하는 부적절한 조치'라는 비율은 65%였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부정 평가 비율과 비슷한 수치다.

이같은 결과는 대통령이 순방을 다녀오면 지지율이 오른다는 이른바 '순방 효과'와 상반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8개국 정상(필리핀·태국·캄보디아·미국·일본·중국·스페인·네덜란드)과 회담을 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발리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한국에서 경제 협력도 논의했다.
김건희 여사가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가루다 위스누 끈짜나 문화공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 부인 힐데 슈밥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가루다 위스누 끈짜나 문화공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 부인 힐데 슈밥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그럼에도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이유에 대해 정치평론가들은 "더 큰 하락 요인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이번 순방 기간 지지율은 1%포인트가 아니라 6%포인트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목 상 떨어진 지지율은 1~2%포인트지만, 순방 기간 통상 5%포인트 정도 지지율이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보다 더 큰 지지율 하락 요인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배 소장은 "MBC 전용기 배제·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문제·김건희 여사의 과다한 언론 노출 등은 중도층과 20~30세대 지지율 하락 요인이 됐고, 지지층을 보수 진영으로 한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순방 기간인 지난 11일부터 16일 중 4일 동안 김 여사의 단독 행보에 대한 서면 브리핑을 냈다. 이 장관은 지난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