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NA PLAY·SBS Plus 예능 프로그램 '나는 SOLO' 캡처
사진=ENA PLAY·SBS Plus 예능 프로그램 '나는 SOLO' 캡처
6촌 친족끼리 혼인이 가능할까.

외로운 남녀가 출연하는 데이팅 예능 TV 프로그램인 '나는 SOLO'(나는 솔로)에서 10년 넘게 못 만난 6촌 친족끼리 출연해 화제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6촌인 걸 알아채지 못하고 마음을 키워나갔다면 어쩔 뻔했느냐"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한편, 일부 시청자들은 실제 법적으로 6촌끼리 결혼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나는 솔로에서 10년 넘게 왕래가 없던 6촌 남녀가 출연했다. 남성은 단번에 6촌 누나인 것을 알아챘지만, 여성은 눈치채지 못한 채 6촌 동생을 두고 "가까이서 봤는데 괜찮더라고요"라며 호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자기소개에서 남성은 "누나! 어떻게 동생을 못 알아봅니까!"라고 소리쳤고, 그제야 여성은 "큰일 날뻔했다"면서 당황해 주저앉았다.

남성이 빠르게 알아본 탓에 다행히 '6촌 데이트'는 면할 수 있게 됐다. 네티즌들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진짜 다행", "만약 모르고 끝까지 갔으면 어쩔 뻔했나", "여자가 남자 괜찮다고 했던 것 같은데 큰일 날 뻔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만약 두 남녀가 6촌 관계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사랑에 빠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주변의 따가운 시선 정도는 감수하고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6촌 남녀는 현행법상 결혼이 불가능하다. 민법 제809조 1항에 따라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6촌은 각자의 조부모가 형제인 사이를 말한다. 즉, 부모의 4촌의 자식이 육촌이 되는 셈이다. 대가족 시대에는 가까운 친척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멀게 느끼는 이들도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최근 6촌 사이 부부가 이혼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어 헌법재판소에 근친혼 관련 법(민법 제809조 1항, 민법 제815조 2호)의 위헌성을 확인해달라고 헌법소원을 낸 적도 있다. 민법 제809조 1항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고, 민법 제815조 2호는 8촌 이내 혼인은 무효 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에 따르면 2016년 5월 결혼한 A 씨는 3달 뒤 배우자 B 씨에게 합의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B 씨가 이를 거절하자 A 씨는 6촌 사이임을 이유로 '혼인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률에 따라 B 씨는 이혼 소송 1·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헌재는 지난달 27일 대심판정에서 B 씨가 민법 제809조 1항의 위헌성을 확인해달라고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한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가까운 혈족 사이 혼인은 혈족 내 서열이나 영향력의 작용을 통해 개인의 자유롭고 진실한 혼인 의사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고, 근친혼의 가능성은 혈족 사이에 성적 갈등·착취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8촌 이내 혼인은 무효 사유가 된다'는 내용의 민법 제815조 2호는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만, 이를 바로 무효화하면 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을 말한다.

즉, 이미 혼인을 했는데 일률적으로 소급해 효력을 잃게 하면, '가족제도의 기능 유지'라는 본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고 당사자나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법부가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 조항은 2024년 12월 31일 이후 효력을 잃게 된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근친혼을 금지하는 이유는 가까운 혈족 사이의 관계와 역할, 지위와 관련한 혼란을 막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근친혼이 이뤄져 부부 사이 권리와 의무 이행이 이뤄지고 있는 경우 일률적으로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키면 본래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