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율주행 3단계 기능을 탑재한 제네시스의 최고급 세단 G90의 출시가 내년 5월로 연기됐습니다.

자율주행 3은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단계인데, 연내 출시를 예고했던 제네시스 G90이 왜 연기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신재근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출시가 연기된 이유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기자>

당초 연내 출시를 목표로 했던 G90의 자율주행 최고 속도는 60km였는데요. 이걸 80km로 올리면서 일정이 바뀐 것으로 파악됩니다.

자율주행 3단계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되는 수준을 말하는데, G90에는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었습니다.

현대차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G90 출시를 당초 올해말에서 내년 5월로 연기한 걸로 안다"면서 "그 이유는 최고 속도 이슈"라고 전했습니다.

자율주행 3단계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만 활용이 가능한데, 이게 최고 속도가 60km였거든요.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올리자는 의견들이 있었고, 그래서 80km로 속도를 높여 다시 주행 테스트를 하다 보니 출시가 연기된 겁니다.

자율주행의 기술이 향상되면서 자율주행의 국제기준 등을 협의하는 유엔 국제협의기구(WP29) 역시 지난 7월 고속도로 최고 속도 규정을 시속 60km 이하에서 130km 이하로 대폭 올리기도 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자율주행 최고 속도 제한은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최고 속도를 80km로 높인 제네시스 G90의 개발이 다음 달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후 추가적인 주행 테스트와 업그레이드를 거쳐 내년 5월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종합하면 자율주행과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는 없지만, G90이 제네시스의 최고급 세단인 만큼 완성도를 더 높인 다음 판매에 들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최고 속도를 시속 80km까지 높였다 하더라도 고속도로는 보통 차들이 시속 100km 이상으로 빠르게 달리잖아요.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80km로 달린다는 게 실효성이 있을까요?

<기자>

제네시스 G90은 독일 벤츠와 일본 혼다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출시되는 '레벨3' 자율주행 차입니다.

자율주행 최고 속도는 가장 빠릅니다. 실제 자율주행 3단계 차량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벤츠 조차도 시속 60km 이하에서만 자율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혼다의 자율주행 차량인 레전드는 시속 50km까지밖에 못 달립니다. 심지어 렌터카 위주로만 판매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는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보수적으로 세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어려운 곳 중 하나가 '분기점(JC)'인데요. 분기점으로 합류하거나 분기점에서 이탈하는 과정에서 차량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사고 위험이 높아집니다.

복수의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차량 제작사 모두가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제 자율주행 속도를 시속 80km까지 높일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여전히 실제 고속도로에서 운행되기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로 볼 수 있죠.

<앵커>

부분 자율주행인 3단계만 하더라도, 이를 완벽히 구현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 않습니까? 완전 자율주행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로드맵을 한 번 보시겠습니다. 오는 2027년부터 완전 자율주행 수준인 레벨4 승용차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사실상 4년 정도 남았는데, 업계에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상징적인 시범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은 가능하겠지만 상용화까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로드맵 일정은 차를 만드는 현대차의 계획과도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에 부분적인 레벨3 자율주행을 하는 제네시스 G90이 출시되더라도, 일반도로 등 실제 대중적으로 쓸 수 있는 수준의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당장 자율주행 시대가 올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기술, 주행환경 등을 감안할 때 만만치 않은 일 같습니다. 자율주행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테슬라도 레벨 2에 불과하다고요?

<기자>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과 FSD(Full Self-Driving) 조차도 2단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단계만 놓고 봤을 때 현대차보다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는 겁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2020년 "완전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5단계를 달성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이후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장 앞서 있는 미국에서 자율주행 개발을 포기하는 일도 있는데요.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이 합작해서 만든 자율주행기업 아르고AI는 지난 달 말 사업 개시 6년 만에 사업을 접고 법인을 해산했습니다.

천문학적인 투자비에 비해 개발 속도가 생각 만큼 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향으로 포드는 4조 원 가까운 자율주행 시스템 투자 손실(3.7조 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자율주행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고 현대차의 이번 출시 지연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앵커>

산업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신재근기자 jkluv@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