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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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라이브커머스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대형 플랫폼과 TV홈쇼핑업계가 ‘초긴장 모드’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무주공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통업계에선 ‘비교 불가’ 수준의 채널 경쟁력을 가진 유튜브가 장악력을 높일 경우 먼저 뛰어든 경쟁사가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 등장에 유통업계 초긴장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최근 CJ온스타일, 11번가, 위메프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라이브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무협약을 맺은 업체들은 자체 제작 라이브 방송을 유튜브를 통해 내보낼 수 있다.

제휴한 유튜버들의 채널에 각 사 상품 판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배너도 띄울 수 있다. 소비자들은 평소처럼 동영상 콘텐츠를 보다가 클릭 한 번이면 바로 상품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들의 월평균 유튜브 시청 시간은 32.9시간에 달한다. 유튜브 앱 사용자 수는 4183만 명에 이른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상생활 속 깊숙이 파고든 유튜브가 커머스 기능까지 갖춘다면 새로운 유통 공룡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아직 독보적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시장을 장악하진 못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처럼 누구에게나 라이브커머스의 문을 열어놓고 셀러들을 모집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는 한정된 셀러에게만 방송 기회를 주고, 콘텐츠도 직접 제작한다. 라이브커머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교보증권은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2020년 4000억원 규모에서 내년엔 1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광고 실적 부진이 주요인?

유튜브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는 주 수입원 중 하나인 광고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튜브 광고 매출은 지난 3분기 70억7000만달러(약 9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유튜브의 광고 매출이 줄어든 건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 후 처음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자산시장 냉각 등으로 기업들이 앞다퉈 광고 예산을 줄인 결과다.

○고민 커지는 홈쇼핑업계

유통업계 안에서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성장할수록 고민이 커지는 분야는 TV홈쇼핑이다. 라이브커머스가 TV홈쇼핑을 대체해 본업이 쪼그라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해마다 커지는 송출 수수료 부담으로 홈쇼핑업체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모든 업체가 TV홈쇼핑 이외에 자체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함께 펼치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며 “라이브커머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본업과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어 웃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CJ온스타일은 과감하게 유튜브와 손을 잡고 라이브커머스 시장 진격을 선언했다. 자체 운영하는 라이브커머스 채널 ‘라이브쇼’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도 유튜브의 영향력을 감안해 협업을 택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