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의 시대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소련 해체로 종식된 냉전시대가 신냉전시대로 대체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도전받고 있다. 팬데믹, 테러, 기후변화 등 인류 공동의 도전에 대처하는 데 긴요한 다자주의는 자국 우선주의로 쇠퇴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분열과 혐오의 진영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도 우리의 삶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사람, 데이터, 사물이 연결된 디지털 초연결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일자리의 소멸과 새로운 직업의 창출, 빈부격차 확대, 고령화와 교육혁명 등 생활방식 전반에 근본적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되고 기술 보호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문명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유용성 뒤에 정보의 양극화, 사생활 침해, 인간소외, 사이버 범죄 등 부작용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시스템 장애는 연결 기반 사회의 취약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대전환의 시대를 사는 인류는 불안하기만 하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으로 아마겟돈이 현실화하는 것은 아닐까.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기지 않을까.

변화가 우리 시대의 전유물은 아니다. 대략 1450~1550년에 걸친 발견의 시대(Age of Discovery)를 보자. 변화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었다. 오늘날의 뉴미디어처럼 구텐베르크는 정보를 민주화함으로써 천년에 걸친 가톨릭교회의 지식 독점을 붕괴시키고 1세기에 걸친 종교전쟁을 유발했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는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인식에 혁명적 진전을 가져왔다. 콜럼버스, 다 가마, 마젤란으로 대표되는 대항해 시대에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인류는 상호 접촉과 소통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대변혁을 겪었다. 또한 변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좌절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고조됐고 변화에 뒤처진 정치 지도자들은 신뢰를 잃었다.

그렇다면 변화의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먼저, 변화에 대한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인류의 진화는 변화의 산물이다. 생존을 위해 변화는 필수다. 그럼에도 우리는 변화를 거부하고 변화에 저항한다.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의 상호작용으로 변화를 최소화하고 안정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恒常性)이라는 신체적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는 낙오하거나 도태했음을 깨닫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 정부의 역할이다. 변화에는 위험이 수반된다. 정부는 개인과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를 주도하거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변화는 미래세대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변화 부적응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시민의 불만을 키우고 선동해 권력을 잡으려는 포퓰리스트의 등장을 경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변화는 이전과는 다른 속도와 방법으로 올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방식, 기존의 지식과 정보는 더 이상 쓸모가 많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창의력과 상상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상상력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릴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상상력에서 모든 발명과 혁신이 이뤄진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의 말이다. 문명사적인 대전환이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우리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