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억달러에 달하는 빚을 남기고 파산을 신청한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FTX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간 등 세계 대형 은행들이 대출을 해줬다가 손실을 볼 처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암호화폐시장의 위험이 관련 거래소 및 프로젝트에 투자한 금융회사의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회사인 크롤은 FTX가 자사를 대리인으로 지명하면서 미국 델라웨어주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잠재적 이해관계자’로 분류된 금융사와 채권자 명단이 담겼다.

41개 금융사가 리스트에 포함됐다. 대출을 해줬거나 신디케이트론을 수행한 주관사로 추정된다. BoA JP모간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은행뿐 아니라 미쓰비씨UFG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라쿠텐은행 SBI 등 일본 대형 은행도 다수 이름을 올렸다. 개인 간 거래(P2P) 금융사인 렌딩클럽, 머니테크 등 핀테크도 들어갔다. 앞서 FTX에 투자한 2억1300만달러를 모두 손실 처리한 세쿼이아캐피털과 FTX의 암호화폐인 FTT를 담보로 FTX 자회사 알라메다리서치에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진 블록파이도 채권자 명단에 포함됐다. FTX와 알라메다 관련 법인 및 개인을 포함해 102곳이 채무자로 지목됐다.

금융사들이 채권자 명단에 대거 포함된 가운데 암호화폐 시세 하락으로 발생한 암호화폐 관련 업체의 파산이 금융사 부실로 이어지면서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에서도) 암호화폐시장과 금융시장의 접점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 보호 규제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