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정기회의 주재하는 이창용 총재. 뉴스1
금통위 정기회의 주재하는 이창용 총재. 뉴스1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 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률이 5%대에 이르는 데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1%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완화된 데다 자금시장 경색을 고려하면 한은이 10월에 이어 연속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일 연합뉴스 설문조사 결과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오는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한은 사상 첫 6연속(4·5·7·8·10·11월) 인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 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109.21)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오르는 등 물가상승 압력이 줄지 않아서다. 물가상승률은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5.7%, 9월 5.6%로 떨어졌다가 다시 5.7%로 높아졌다.

이달 초 미 중앙은행(Fed)이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아 금리 상단이 4.0%로 우리보다 1%포인트 높아진 점도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통상 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높은 금리를 쫓아 빠져나가고, 이 경우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폭에 대해선 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중반대까지 떨어진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등이 부각되면서다. 이미 지난달 12일 빅스텝 결정 당시 금통위원 2명(주상영·신성환)은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을 이유로 '베이비 스텝'에 표를 던졌다.

둘중 한 위원은 "기조적 고인플레이션 흐름에 대응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할 때 최근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후반 국내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 3.5~3.75%를 전망했다. 이달 한은이 베이비 스텝에 머물면 한국(3.25%)과 미국(3.75∼4.00%)의 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로 좁혀진다. 하지만 Fed가 내년 상반기 금리를 5%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한은도 비슷한 시점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고, 최종 금리는 3.50∼3.75%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