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카자흐스탄에서 20일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중앙아시아 내 영향력을 키우려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사진)을 비롯해 6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4~6일 시행된 현지 여론조사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78%에 육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대선을 두고 “사실상 원맨쇼”라고 평가했다. 선거 결과는 오는 27일 이전에 발표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대선은 2024년 치러질 예정이었다. 지난 9월 개헌이 이뤄지며 선거가 앞당겨졌다. 2019년 취임한 토카예프 대통령은 5년 중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7년 단임제로 바꾸는 개헌을 시행했다. 단임제를 적용받지 않으려 자신의 임기를 단축해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식을 택했다.

미·중·러는 이번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와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동부) 지역의 친러 분리독립 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지난달 카자흐스탄 주재 우크라이나대사를 추방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했다.

중국과는 여전히 가깝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세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의 거점이 카자흐스탄이다. 2013년 시 주석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곳도, 지난 9월 해외순방을 재개하며 처음 향한 곳도 모두 카자흐스탄이었다.

미국과 유럽도 앞다퉈 카자흐스탄에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관문이 카자흐스탄이라서다. 도널드 루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6일부터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중앙아시아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지원금 2500만달러(약 335억원)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유럽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 공급처로 카자흐스탄을 눈여겨보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토카예프가 지정학적 지위를 활용해 미·중·러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며 “미국을 막으려는 중·러의 압박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다음 임기의 주요 과제”라고 보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