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8% 넘게 급등하면서 주요국 통화 가운데서도 높은 반등률을 보였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급격한 금리 인상 우려가 다소 완화된 데다 최근 금융당국의 외환 및 자금시장 안정 대책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아직 금리 상승 국면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내년 이후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달러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지금이 달러 사들일 때"…은행 PB들이 추천한 '투자 전략'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로 ‘킹달러’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지난 10월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가장 높은 1420~1440원 구간에서 형성됐다. 그러다 이달 초 1300원대로 내려왔고 미국 CPI 발표 직후인 지난 11일엔 하루 만에 59원10전 급락해 1318원40전에 장을 마쳤다. CPI가 시장 예상(8.2%)보다 0.5%포인트 낮은 7.7%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불안이 완화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18일 기준 134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동안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요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이번 기회에 달러 매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해영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PB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폭이 지금보다 축소되겠지만 상당 기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며 “이에 따라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는 거의 필연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침체 땐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어 환율 수준이 양호한 지금 달러를 매수해두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매수 전략으로는 단기적으로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방안을 추천했다. 평균 매수가격을 낮춰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경석 신한은행 신한PMM 태평로센터 PB팀장은 “만약 1억원의 투자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가운데 30% 정도는 달러로 바꿔두는 게 전체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율이 20~30원씩 출렁일 때마다 매수 자금을 100만~200만원 정도로 나눠 15~30회에 걸쳐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원화 대신 달러를 예치할 수 있는 외화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환율이 떨어졌을 때 돈을 넣어놨다가 환율이 올랐을 때 인출하면 그만큼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은행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환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 이자소득세가 붙고 환전·입출금 수수료도 따로 내야 한다. 현재 주요 은행의 3개월 이상 외화 정기예금 금리는 연 4%대 후반을 웃돌고 있다. 3개월가량 단기로 굴린 뒤 환율 및 금리 전망에 따라 재예치하거나 원화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자산 재배분(리밸런싱) 전략을 실행하면 된다.

증권사가 고객 예치금으로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고 약정 기간 후 원리금을 돌려주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달러 가치에 연동해 가격이 오르내리는 달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러채권 ETF 등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