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소재 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해외 공장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경기침체 등 악조건 속에서도 ‘효자 품목’에 대해서만큼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확실한 ‘캐시카우(핵심 수입원)’를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탄소국경세, RE100 등 새롭게 등장한 무역장벽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도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는 2025년 2월까지 중국 장쑤성에 탄소섬유 생산·판매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투자액은 약 383억원이다. 이 회사가 해외에 탄소섬유 생산 공장을 직접 세우는 건 처음이다. 중국이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의 40~50%를 점유하고 있는 데다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고압용기와 풍력·태양광(단열재), 건축 보강재 등과 관련된 수요뿐만 아니라 자전거, 골프채 등 스포츠용 제품 수요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공장이 준공되면 현재 6500t 수준인 탄소섬유 생산 능력이 2025년에는 1만4000t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SK케미칼도 해외에 코폴리에스터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코폴리에스터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의 일종으로, 국내 기업 중에선 SK케미칼이 처음으로 사업화에 나섰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40%로 미국 이스트만에 이어 2위다. SK케미칼은 2030년까지 ‘그린 소재(친환경 소재)’ 관련 매출을 2조6000억원까지 늘리고, 소재 개발 및 인프라 구축 등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광현 SK케미칼 사장은 지난 7일 온라인 기업설명회(IR)에서 “코폴리에스터 생산 능력을 2030년까지 50% 이상 확대할 것”이라며 “세계 시장 상황, 외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외 공장 건설을 위한) 최적의 시기·장소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SKC도 자회사 SK넥실리스를 통해 동박(銅箔) 사업에 대한 공격적 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말레이시아·폴란드에 이어 북미 지역에도 공장을 지어 2025년까지 동박 생산능력을 현재의 다섯 배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향후 3년간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능력은 매년 70% 늘어나게 된다. 삼양사 화학부문은 반도체·퍼스널 케어 부문 소재 공장 인수합병 등을 통한 미국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들이 해외 공장 건설에 나서는 건 적시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현지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서큘러 이코노미(순환형 경제)’를 갖추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