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시간과 손질시간이 똑같은 악기?
퀴즈 하나.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먼저 소리를 내는 악기는 뭘까. 정답은 오보에다. 단원들이 무대에 모두 오르고 연주하기 전, 잠시 음을 맞추는 시간이 있다. 이때 오보에가 기준음이 되는 ‘라’(A) 음을 불면, 그에 맞춰 전체 악기들이 일사불란하게 조율한다. 오보에의 특성상 다른 악기보다 섬세하게 음정을 낼 수 있는 데다 소리도 잘 들리기 때문이다.

오보에의 개성 있는 소리를 좌우하는 건 입이 닿는 ‘리드’ 부분(사진)이다. 오보에뿐 아니라 바순, 클라리넷 등 대다수 목관악기는 관에 갈대의 일종인 케인 껍질로 만든 리드를 꽂아 이를 불면서 소리를 낸다. 미묘하게 다른 리드의 모양과 두께, 길이 등이 음색의 차이를 만든다. 아무리 비싼 악기라도 리드가 안 맞으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없다.

오보에의 리드는 목관악기 가운데 가장 작다. 그래서 섬세하게 손질해야 한다. 대다수 오보에 연주자는 리드를 직접 깎고 다듬는다. 본인 입 모양에 맞는 리드 완제품을 구할 길이 없어서다. 그런 만큼 오보이스트에게 연주를 잘하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게 리드를 잘 깎는 것이다. “한 시간 연주 연습하면 나머지 한 시간은 리드를 깎는다”는 얘기가 오보에 연주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오보에 리드는 수명이 짧다. ‘일회용’에 가깝다. 상당수 연주자는 연주가 있을 때마다 새 리드를 쓴다고 한다. 통상 연주자들은 공연이 있으면 리드를 여러 개 준비한 뒤 가장 소리가 잘 나오는 걸로 쓴다. 숙련된 오보이스트라도 마음에 드는 리드를 하나 완성하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오보이스트는 리드 깎는 시간을 공연을 준비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의식으로 삼는다고 한다.

오보에의 아름다운 소리 뒤엔 이런 오보이스트의 고충이 숨어 있다. 오보에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 ‘미션’(1986)의 OST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어보라. 따뜻한 오보에의 음색이 평화로운 선율과 잘 어울린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성악곡 ‘넬라 판타지아’의 원곡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