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정치적 갈등이 가장 극심한 국가라고 발표했다. 진영 간 세대 간 모든 부문에서 극렬한 분열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은 위기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영화<컨스피러시(Conspiracy theory), 1997>에서는 타락한 권력기관의 실험 대상이 된 주인공이 삶을 말살당하는 위기에 맞서 사악한 음모를 파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거 조선시대 일본의 전쟁도발 가능성을 탐색하러 갔던 통신사들이 당파싸움으로 전쟁 징후를 왜곡하면서 나라와 백성이 임진왜란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맞이했듯이 지금 우리 사회는 경제, 안보 복합위기 상황에서 무서운 그들이 만드는 독버섯 같은 음모론이 사회 구석구석에 퍼지면서 국가의 분열과 위기를 맞고 있다. <영화 줄거리 요약>
뉴욕의 택시 드라이버 제리(멜 깁슨 분)는 확신에 찬 음모론자이다. 평소에 그는 CIA, FBI, IMF등 알파벳 이름을 가진 여러 권력기관이 몰래 각종 사건에 개입하여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믿는다 제리는 이런 사실들을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고 인과관계를 추리하여 가설을 세워 개인 정보지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리는 뉴욕의 변호사인 엘리스(줄리아 로버츠 분) 가 곤경에 빠진 것을 도와주게 되면서 엘리스에게 호감을 느끼며 스토커 같은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은 제리의 무의식 저편에 엘리스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편 제리가 발행한 음모론에 대한 정보지 때문에 4명의 구독자가 살해당하고 신원을 알 수 없는 그들이 제리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관전 포인트>
A. 제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제리 플레처는 뉴욕시의 영업용 택시 운전사로 기억할 수 없는 과거의 공포에 휩싸여 살고 있다. 그는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승객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다양한 음모론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는 일과로 소일한다.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이 짝사랑하는 변호사 엘리스의 집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면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잊힌 잠재 기억 속에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임무를 수행하던 경험이 체질화되어 있는 신비한 인물이기도 하다.
B. 엘리스는 어떤 여자인가?
엘리스는 법무성에 소속된 매우 헌신적인 변호사이며 뉴욕에서 일한다. 그녀에게는 하나의 강박관념이 있는데, 저명한 연방 판사였던 아버지가 몇 년 전 미스터리한 사건에 휩싸여 피살 당한 것이다. 엘리스는 아버지의 사인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물론 살인범의 신원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하면서 동시에 아버지의 피살 사건을 혼자 캐내고 있었다. 엘리스는 제리의 이상한 주장들에 대해 차츰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제리의 순수함에 애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C. 닥터 조나스는 어떤 인물인가?
닥터 조나스는 외형적으로는 하버드대 출신의 정부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의사라고 하지만 사실은 CIA에서 평범한 사람을 세뇌 시켜 암살자로 만들어 정부의 비밀 임무에 이용하는 MK-울트라 프로그램 책임자였다. 이후 1973년 프로그램이 부작용으로 중단되고도 그는 모종의 권력기관과 함께 계속 숨어서 환각과 전기 충격을 이용한 무서운 살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악마 같은 인물이다. 조나스는 자신이 만든 킬러 제리가 자신과 자신의 조직를 음해할까 봐 제리에게 최면을 걸어 수시로 서점에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사도록 하여 바코드 터치로 위치를 감시하던 중 제리의 정보지에 기밀이 폭로되는 위기를 감지하고 제리를 납치하여 고문과 심문을 하고 그에게 엘리스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으로 뒤집어 씌우게 된다. FBI에서도 조나스의 배후를 파악하기 위해 은밀하게 조사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D. 제리와 엘리스의 특별한 인연은?
저명한 연방판사였던 엘리스의 아버지가 조나스의 음모를 눈치채고 그들의 조직을 파헤치던중 조나스는 암살자를 파견하게 되는데 바로 제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제리는 판사의 충직함에 감화되어 친구가 되고 그를 보호하지만 결국 다른 암살자로부터 판사는 살해당하게 된다. 그후 조나스는 제리의 기억을 삭제하여 범죄를 은폐하려 하지만 제리는 엘리스를 보면서 차츰 기억이 회복되며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목숨을 다해 보호하게 된다. 제리는 엘리스에게 "사랑은 날개를 달아줘요. 날게 해주죠.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해주죠. 난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며 운명적인 사랑을 고백한다.
E. 제리와 엘리스의 음모자들과의 전쟁은?
제리가 조나스 일당에게 납치되어 감금된 정신병원에 침투한 엘리스는 그를 찾아내지만 조나스가 쏜 총에 제리는 중상을 입고 엘리스는 자신의 총으로 조나스를 응징한다. 얼마 후 사망한 제리의 묘를 찾은 엘리스는 제리가 선물했던 택시 기사 조합 배지를 올려놓고 애마를 타고 외로움을 달리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애마 안장에 제리가 옮겨놓은 배지를 보며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사실 FBI가 조나스 일당을 일망타진하고 엘리스를 보호하기 위해 제리를 증인 보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망처리했던 것이다. <에필로그>
<토탈 리콜, 1990>,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1998>, <본 아이덴티티, 2002> 같은 많은 영화에서 엄청난 재력과 누구나 알 수 있는 알파벳 명칭을 가진 임무를 악용한 권력기관과 정의로움을 잃어버린 방송국 등 탐욕에 가득 찬 조직들이 음모와 가공할 위협으로 사회를 자신들의 이익 집단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음모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모든 부문은 물론 보이스피싱, 성 착취 영상 유포 범죄까지 기본적으로 인간의 불안과 불신을 조장해 만들어지기에 국민들은 그들에게 선동되지 않는 이성적 시민의식으로 재무장하여 누구나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정의롭고 희망찬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