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공연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K팝'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 펼쳐진다. 국내 아이돌 출신을 포함한 배우들이 정식 공연 전인 프리뷰 기간부터 현지 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 브로드웨이의 서클인더스퀘어 시어터에서 뮤지컬 'K팝'(KPOP) 프리뷰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에는 걸그룹 에프엑스 전 멤버 루나, 유키스 전 멤버 케빈 우, 걸그룹 미쓰에이 전 멤버 민, 걸그룹 스피카 전 멤버 김보형 등이 출연했다. 배우 임시완도 관객으로 자리했다.

이 뮤지컬은 국내 한 기획사에 소속된 여가수와 걸그룹, 보이그룹 연습생들이 각자의 역경을 극복하고 미국 뉴욕의 무대에 데뷔하는 과정을 그렸다. 2017년 9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한 공연으로, 당시에도 매진 행렬을 이어간 바 있다.

이날 현장에서 배포된 공연 정보지 '플레이빌'에는 제작진, 출연진의 정보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극의 주 대사는 영어지만 적지 않은 대사가 한국어로 이뤄졌다. 극중 나오는 노래 역시 대중적이면서도 중독적인 K팝 멜로디와 한국어 가사로 구성됐다.

뮤지컬의 작곡가 헬렌박은 지난 18일 프리뷰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앞서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언어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가사와 대사를 한국어로 쓰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K팝의 힘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 모두가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번 뮤지컬 배우들을 직접 섭외했다. 아이돌 연습생들의 훈련과 데뷔 과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깊은 표현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루나는 "우리들의 이야기인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후배 아이돌들에게) 너무 힘들게, 너무 빠르게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케빈 우는 "개인적으로 브로드웨이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며 "브로드웨이에서는 K팝을 접하지 못한 관객도 많은데,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음악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리 공개된 공연에서도 외국인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연 막바지에는 모두 기립박수를 치고 다함께 춤을 췄다. 일부 관객은 공연이 마친 뒤 한참 뒤에도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K팝은 오는 27일부터 브로드웨이에서 정식으로 공연에 들어간다. 박씨는 "뮤지컬 'K팝'은 브로드웨이의 이번 시즌 신작 중 유일하게 완전한 '오리지널 쇼'(원작 없이 창작으로 만든 작품)이라며 "풍부하고 깊이 있는 K팝 음악을 미국인들에게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