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왕·올해의 선수 싹쓸이한 리디아고 "이제는 골프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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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확정짓는 챔피언 퍼트를 넣은 뒤 리디아 고(25·뉴질랜드)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동료선수, 캐디와 인사한 그는 대회 내내 그를 응원해준 약혼자 정준씨와 포옹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골프천재' 리디아 고가 '골프여왕'으로 날아올랐다. 21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00만달러)에서 우승하며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평균타수상(베어트로피)을 싹쓸이하면서다. 리디아 고는 다음달 한국에서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성공과 명예, 사랑까지 한꺼번에 거머쥔 셈이다.
리디아 고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 골드코스(파72·655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그는 2위 리오나 머과이어(28·아일랜드)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1라운드부터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어이 투 와이어' 우승이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여자 골프대회 사상 최다 우승상금인 200만달러(약 26억8000만원)을 차지하면서 리디아 고는 이번 시즌 LPGA 투어 상금왕(총 436만4403 달러)에 올랐다. 또 2015년 이후 7년 만에 생애 두번째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고 평균타수상, CME 글로브 레이스 1위도 차지했다. 세계랭킹도 2위로 끌어올려 넬리 코르다(24·미국)을 바짝 압박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자신의 최대 꿈인 명예의 전당에도 한발짝 다가섰다. 올해의 선수상과 베어 트로피 수상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까지 필요한 27점 중 25점을 채웠다. 리디아 고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된다면 정말 멋진 일이고 대단한 영광이 될 것"이라면서도 "당장 내년 목표로 삼기보다는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6살에 뉴질랜드로 이민간 리디아 고는 10대부터 '골프천재'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행보는 하나하나가 세계 골프의 역사가 됐다. 2012년 만 15세4개월의 나이로 LPGA 투어 캐나다 여자 오픈에서 우승했고 2014년 특별 허가로 LPGA 투어에 입회했다. 2015년 5승, 2016년 4승, 리우올림픽 은메달 등 숱한 성과를 내던 그는 10대 나이에 여자 골프 세계 1위에 올랐다.
어린 나이의 성공 이후, 그는 짧지 않은 슬럼프도 겪었다. 스무살이 되던 2017년, 안정적이던 샷이 흔들리면서 부진이 이어졌다. 스윙 코치와 클럽을 모두 바꾸는 강수를 뒀지만 성적은 쉽사리 오르지 않았다. 너무 일찍 재능을 꽃피우며 목표를 잃어버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리디아 고는 골프를 놓지 않았다. 멘탈 트레이닝과 체력훈련을 통해 성장통을 떨쳐냈고 지난해부터 상승세르 만들어냈다. 그리고 올해 3승에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하며 '골프 여왕'으로 대변신했다. 리디아 고는 시상식에서 "올해는 정말 믿기 어려운 시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올 시즌 두번째 대회인 게인브리지 LPGA에서 시즌 첫승을 거뒀고 이번 대회까지 총 3승을 올렸고 13번의 톱10을 만들어냈다. 그는 "더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인생에서 많은 놀라운 일이 벌어졌고 계속되고 있다. 이번이 ‘싱글 레이디’로서 마지막이기에 더욱 가족들을 위해 우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제2의 전성기를 맞게해준 동력으로 자신의 피앙세 정준씨를 꼽기도 했다. 정준씨를 만나면서 자신이 골프와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정준씨와 리디아고가 만난 것은 지난해 4월 롯데 챔피언십 직전이다. 그 전에는 6개월 정도 연락만 주고받았고 이후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디아고는 "그를 만나고 나서 더 열심히 연습하고 싶어졌다"며 또 쉬는 시간도 더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 3년 전과 비교해 휴식 시간이 더 늘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연습 때 집중하는 데 더 도움이 됐다"며 "그는 내가 더 좋은 사람, 좋은 선수가 되도록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의 인터뷰에서 정준씨에 대해 "골프밖에 몰랐던 내 인생에 골프 외의 행복을 알려준 소중한 사람"이라며 "가족 외에 나를 전적으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리디아고와 정준씨는 다음달 서울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