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인터뷰
[마켓PRO]"신차효과? 내년엔 온통 가시밭길" 현대기아차 외면하는 이유는
"왜 자꾸 현대차, 기아를 얘기하는데 테슬라를 비교하죠? 주가를 얘기할 땐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봐야합니다" 최근에 만난 한 투자 고수는 언성을 높였습니다. 국내 자동차주를 얘기할 때 테슬라를 끌어들이는 여의도 전문가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현대차가 혁신을 거듭하며 고급,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주가 측면에선 테슬라와 같은 비교선상에서 바라보면 안된다는 주장입니다. 같지만 다른 자동차 회사라는 점에선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는 현대차, 기아 주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희망 회로'를 일부러 돌리지 않는 이상 호재보단 악재가 훨씬 많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국내 자동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도 좋게 봤었구요. 반도체 쇼티지로 공급이 원활하진 않았지만 회사 입장에선 오히려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나쁘지 않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자동차 회사들은 재고를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공급해야할 수량이 밀리면서 재고를 그만큼 많이 줄인 상태였죠. 재고가 쌓이면 회사에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엔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현대기아차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인센티브를 줄이면서 이익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좋은 가격에 차량을 팔았으니 올해 두 회사의 실적이 좋았던 것은 당연해보입니다. 환율도 큰 역할을 했구요"

▶말씀대로면 내년에는 좋지 않다고 보시나보네요?
"공급이 원활해지면 다시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기아차는 그간 미국에서 브랜드 파워라는 약점을 메우기 위해 큰 폭의 인센티브 정책을 벌여왔죠. 판매 대수는 늘더라도 수익성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제네시스 등의 고급화 전략을 펼치면서도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많이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도체 쇼티지 때문에 딜러들이 인센티브(가격할인)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차가 팔렸죠.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처럼 할인폭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경기침체 등으로 수요가 줄면 판매자들은 여러가지 유인책을 활용하게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켓PRO]"신차효과? 내년엔 온통 가시밭길" 현대기아차 외면하는 이유는
▶또 다른 악재가 있나요?
"환율 여건도 올해처럼 좋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이 단기간에 크게 떨어지진 않겠지만 올해만큼의 고환율 효과를 누리긴 힘들다는 얘깁니다. 거기에 고금리 악재가 만만치 않습니다. 요샌 차를 구매할 때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합니다. 할부 금리가 높아지면 소비자에겐 부담이 되죠. 소비가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되면 판매사들은 장기 할부 등을 통해 또다시 소비자를 유혹해야합니다. 일단 판매량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이런 프로모션이 동원되지만 판매자 입장에선 크게 달갑지 않죠. 이자가 불어나면 제 때 갚아야할 돈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발생할수도 있구요"

▶그래도 신차효과가 좀 있지 않을까요?
"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공급제한이 내년에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어느 정도 복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현대차 아이오닉6 판매가 본격화될 것이고 코나, 싼타페 풀체인지 출시가 예정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아도 야심작인 준대형 친환경 SUV 모델인 EV9 출시를 앞두고 있어 기대감이 높은 상태입니다. 여러 악재를 만회할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재가 더 많다고 보시는거네요.
"네 맞습니다. 북미 시장이 크게 문제 없이 돌아가더라도 유럽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또 다른 거대 시장인 중국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이렇게 각 대륙별 주요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 악재가 산적해있기 때문에 주식으로서 현대차와 기아가 당분간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차라리 현대모비스, 만도 등 부품업체로 눈을 돌리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