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 이주비 대출 길 열렸지만…"고금리가 발목"
다음달부터 투기과열지구(서울·과천·성남·하남·광명)의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이 허용됨에 따라 이주비 조달에 골머리를 앓던 서울 강남 등지의 고가 재건축 아파트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강남에선 강남구 도곡동 삼호가 첫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호 재건축 조합은 다음달부터 이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1984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2개 동, 144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127㎡의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됐다.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삼호 조합원들도 담보인정비율(LTV) 50%까지 이주비를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삼호 시세는 20억원이다. 이주비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삼호 조합원은 감정평가액에 따라 9억~10억원의 이주비를 조달할 수 있다.

여기에 한동안 막혔던 시공사의 이주비 대출 지원도 가능해졌다.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다음달 11일부터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대한 시공사의 이주비 대출 지원을 허용키로 했다. 단, 무상 지원이나 시중은행 대출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이주비를 빌려주는 것은 금지된다.

삼호 조합은 우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을 신청할 계획이다. 현재 HUG 보증을 받으면 일반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은 연 5%대 금리로 이주비를 빌릴 수 있다.

이주비 대출 길이 열렸지만 불어난 이자 비용은 큰 부담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HUG 보증 대출금리는 내년 초 연 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HUG의 이주비 대출 보증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만 받을 수 있다. 삼호는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돼 있어 조합원 분양 때 소형 평형 두 가구를 신청한 조합원은 고금리로 이주비를 조달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강원 레고랜드발(發) 자금 경색까지 겹치면서 이주비를 빌려줄 만한 은행을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 11구역 재개발 조합은 추가 이주비를 빌려줄 만한 대주단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기본 이주비(LTV 40%)에 건설사 신용으로 추가 이주비 40%를 더 지원해 준다고 제안해 흑석 11구역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달 추가 이주비 대출 기관 선정을 앞두고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대주단 모집에 실패했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은행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대출금리가 너무 높아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조합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