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4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최대였던 1996년(206억2000만달러) 적자의 두 배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무역수지는 44억1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 4월 이후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이달까지 포함하면 8개월 연속 적자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올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399억6800만달러다.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연간 무역적자일 뿐만 아니라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할 판이다.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액은 21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3% 감소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수출 감소가 유력하다. 2개월 연속 수출 감소는 2020년 3~8월 후 처음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휘청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품목별로 보면 수출 1위인 반도체가 전년 동기 대비 29.4% 줄었다. 철강제품(-18.8%), 무선통신기기(-20.6%), 선박(-71.4%), 정밀기기(-22.2%), 컴퓨터 주변기기(-42.2%), 가전제품(-32.2%) 등의 수출액도 감소했다. 수입액은 375억7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 줄었다.

수출 감소폭이 수입 감소폭을 웃돌면서 대중국 무역수지도 7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대중 무역수지는 5월부터 9월을 제외하면 내리 적자다. 정부는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도시 봉쇄 등에 의한 일시적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경제계에서는 대중 무역 구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에서는 올해 무역적자가 426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산업연구원은 ‘2023년 경제·산업 전망’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내년에도 266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올해 전망치(6934억달러)보다 3.1% 줄어든 6717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반도체 수출도 올해보다 9.9% 감소할 것이라는 게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1.9%로 전망했다.

도병욱/김소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