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날씨가 복병이다.”

요즘 유통가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평년보다 따뜻한 가을이 길게 이어지면서 패션업계는 대목을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유동 인구수에 따라 매출이 좌지우지되는 편의점업계는 화색이다.

2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11월 1~13일 아웃도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와 코오롱FnC의 코오롱스포츠를 제외하고 디스커버리를 비롯해 K2, 네파, 아이더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이 작년과 비교해 뒷걸음질쳤다.

백화점 및 패션업계는 최근 매출 감소세에 긴장하고 있다. 11월이 1년 장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웃도어는 통상 9~10월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빅모델’을 고용하고 자본력·생산력을 동원해 11월 판매를 위한 총공세를 펼친다. 1년 매출 중 절반 이상이 패딩과 코트 등 아우터 제품에서 나온다. 두꺼운 겨울옷들은 통상 1월부터는 3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아울렛에서 판매된다. 할인율이 큰 만큼 수익성도 악화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능성 제품이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는 남성·여성복에 비해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최근 패션업계 호황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이상 고온 속에서 깜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바비큐용 삼겹살과 맥주, 캠핑용품 등 매출이 많이 늘어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SSG랜더스 우승을 기념해 준비한 이벤트에 많은 인파가 몰린 것도 날씨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요 휴게소와 관광지, 리조트 인근에 자리한 편의점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야외 나들이객이 늘어난 덕분이다. CU에 따르면 리조트·관광지·휴게소 인근 편의점의 맥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평균 12.3%가량 상승했다. 야외 나들이에 필수인 얼음과 아이스크림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많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매출은 거리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다니느냐에 달려 있다”며 “강수량이 비슷하더라도 밤에 집중되느냐 낮에 오느냐에 따라 편차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기온에다 가을 가뭄까지 겹치면서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매출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